
니파바이러스, 비브리오 패혈증 등 증가세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어 최대 75%의 높은 치사율을 보이는 니파바이러스 감염증이 국내 제1급 감염병으로 지정될 예정이다. 여기에 최근 잠잠하던 코로나19 환자 수도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감염병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방역 당국은 신종 감염병의 국내 유입 가능성과 기존 감염병의 재유행 가능성에 대비하며, 감염병 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국내 유입 우려 속 1급 감염병 지정 추진
1998년 말레이시아에서 최초 보고된 니파바이러스 감염증은 니파바이러스(Nipah virus) 감염에 의해 발생하며, 사람과 동물 모두 걸릴 수 있는 바이러스성 인수공통감염병이다.
일반적으로 5~14일, 길게는 최대 2달의 잠복기를 거치는 해당 질병은 감염자의 8~15%가 무증상이거나 증상이 약하다. 증상이 나타날 경우, 발열, 두통, 근육통 등의 증상과 함께 호흡기 질환과 신경질환이 찾아올 수 있으며, 심각할 경우 뇌염, 혼수상태, 기면 상태, 경련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니파바이러스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과일박쥐, 돼지와의 접촉, 과일박쥐의 침 또는 소변에 오염된 대추야자나무 수액 섭취, 환자와의 직접적인 접촉을 통해 감염될 수 있다.
이에 질병관리청이 니파바이러스 감염증을 제1급 감염병 및 인수공통감염병 종류에 추가하는 내용인 ‘질병관리청장이 지정하는 감염병의 종류 고시’에 대한 일부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이번 개정은 니파바이러스 감염증을 제1급 감염병 목록에 추가하여 대규모 유행을 방지하고, 의무 입원치료 대상 감염병의 목록을 재정비하여 과도한 기본권 제한을 방지하고자 하는 목적하에 추진됐다.
하지만 이렇듯 다양한 증상을 동반하는 니파바이러스에 대한 제대로 된 치료제와 예방백신은 아직 없다. 이와 관련해 질병관리청은 “니파바이러스 감염증은 비교적 치명률이 높은 감염병이기 때문에 예방이 중요하다”고 전하며, “여행 시 손 씻기, 점막 부위 접촉 금지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할 것”을 권고했다.
해당 질병은 방글라데시, 말레이시아, 인도, 싱가포르, 필리핀 등 5개국에서 주로 발생했으며 현재까지 국내에 유입되거나 국내에서 발생한 사례는 보고된 바 없지만, 일각에서는 국내로의 확산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인근국 코로나19 증가세…국내도 여름 유행 가능성 ‘주시’
니파바이러스 외에도 전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었던 코로나19가 최근 중화권과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다시 확산세를 보임에 따라 국내 방역 당국이 긴장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홍콩의 경우 지난 5월 중순 보고된 환자 수가 직전 주 대비 소폭 감소했으나,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높은 발생률을 나타내고 있다. 대만과 싱가포르에서도 증가세를 보인다. 대만은 지난 5월 중순 코로나19로 인한 외래 및 응급실 방문자 수가 1만 9,097명으로 직전 주 대비 91.3%, 싱가포르는 지난 4월 말 기준 확진자 수가 1만 4,200명으로 직전 주 대비 27.9% 증가했다. 이처럼 우리나라와 인적 교류가 많은 지역에서 코로나19가 다시 확산되는 조짐을 보이면서 국내 유입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 상황은 아직까지 안정적으로 관리되는 편이다. 지난 5월 중순 기준 코로나19 입원 환자 수는 100명으로 집계되었고, 바이러스 검출률은 8.6%를 기록하며 전주 대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국내에서는 오미크론의 하위 변이 바이러스인 LP.8.1이 가장 흔하게 검출되고 있으며, 인근 국가에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NB.1.8.1 변이의 점유율도 상승하고 있다.
이에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정부는 국내외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코로나19 국내 발생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으나, 다가오는 여름철 유행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그 위험성을 강조했다.
질병관리청은 국내 전파 및 유행을 막기 위해 손 씻기, 기침 예절, 사람이 많은 곳에서의 마스크 착용 등 호흡기 감염병 예방 수칙을 철저히 지킬 것을 당부했으며, 특히 실내 환기를 자주 실시하고, 증상이 있을 경우, 빠른 시일 내로 의료기관에 방문하여 진료받을 것을 권고했다.
아울러, 질병관리청은 코로나19 예방접종을 6월 30일까지 연장·시행하고 있다. 65세 이상 어르신, 생후 6개월 이상 면역저하자, 감염 취약 시설 입원·입소자 등 고위험군은 코로나19로 인한 중증 진행 및 사망 예방을 위해 접종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했다. 이외에도 신종 감염병 대유행 대비·대응 계획을 이행하기 위한 ‘팬데믹 대비 mRNA 백신 개발 지원 사업’의 본격적인 추진을 시작했다. 해당 연구 사업은 대한민국 백신 주권을 강화하고, 글로벌 보건 안보 선도국으로 거듭나기 위함이며, 2028년까지 코로나19 mRNA 백신 제품 허가를 목표로 4년간 비임상부터 임상3상까지 총사업비 5,052억 원 규모로 연구개발 과제를 지원한다.
무더위 속 안전한 바다 즐기기
매년 여름철, 수많은 관광객들이 무더위를 피하고자 바다를 찾는 가운데, 바닷물 온도 상승 등으로 인해 올해 비브리오 패혈증균 검출 시기가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비브리오 패혈증은 해산물을 날로 먹거나 덜 익혀서 먹을 경우, 혹은 상처 난 피부가 오염된 바닷물에 접촉할 때 감염된다. 일반적으로 12~72시간의 잠복기를 거치며 발열, 오한, 혈압 저하, 복통, 구토, 설사 등의 증상이 발생하고, 간혹 저혈압이 관찰되기도 한다. 만약 증상 시작 후 24시간 내로 다리에 발진, 부종, 수포 등이 형성된다면 즉시 의료기관에 방문해야 한다.
해당 질병은 사람 간 직접 전파는 없지만 균혈증 진행 시 50% 내외의 치사율을 나타내므로 절대 무시해서는 안 된다. 예방 방법으로는 어패류 완전히 익혀 먹기, 피부에 상처가 있는 사람은 오염된 바닷물과 접촉 피하기, 생굴이나 어패류를 취급할 경우 장갑 착용하기 등이 있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넙치· 조피볼락 등 주로 횟감으로 판매되고 있는 수산물 1,000건을 대상으로 비브리오균 오염 여부 및 동물용의약품 잔류허용기준을 검사할 계획이다. 또한 여름철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주요 항구나 바닷가 주변 횟집과 수산시장 등의 수산물 안전관리를 위해 식중독 신속검사 차량을 배치하고 수족관 물을 수거해 비브리오균에 대한 현장검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식약처는 “실시간 유전자 증폭 장치(Real-Time PCR) 등 정밀 분석 장비를 탑재하여 현장 분석이 가능한 차량으로 비브리오균 오염 여부를 현장에서 4시간 이내 신속 검사 가능하다”고 전했다.
유승우 기자mknews@mk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