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판매원의 비정한 체험담…마케팅인가, 아동학대인가?
신생아에게 성인용 화장품을 바르게 하거나 나이가 어린 자녀들에게 성인용 건강기능식품을 먹이는 등 일부 사업자들 사이에서 위험하고 무책임한 행태가 포착되고 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아동학대에 가까운 행동이라고 지적하며 특히 영유아에게는 연령과 상황에 맞는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적에 눈 멀어 갓난아이까지 홍보 전면에
모 다단계판매업체 사업자는 최근 SNS 채널에 제품 후기 게시글을 작성했는데, 갓난아이에게 성인용 화장품을 바르고 사진까지 첨부해 충격을 주고 있다. 해당 사업자가 활동하는 업체는 화장품을 주력으로, 연 매출이 수백억 원대로 급격히 늘면서 상위권으로 올라선 국내 기업이다.
해당 게시물에는 “신생아 태열 및 피부톤 변화”, “신생아 황달로 인한 노르스름한 피부톤 변화, 붉은 태열끼 사라짐은 물론, 피부 촉촉 수분 유지”라는 글과 함께 7일 동안 제품을 바른 후기 사진까지 첨부했다. 이처럼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체험담이 확산될 경우 영유아의 피부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제품 오남용 사례가 늘어나 각종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 한 판매원이 갓난아이에게 성인용 화장품을 바르는 사진을 SNS에 게시했다
국민대 건강미용경영 장매화 주임교수는 영유아에게 성인용 화장품을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장 교수는 “영유아는 성인과 세포 구조나 면역 체계가 달라서 성인 제품을 사용하면 안 된다”며 “성인용 제품에는 콜라겐이나 수분, 단백질 등이 들어 있는데 영유아에게는 그런 성분이 많이 필요하지 않다. 음식으로 비유하면 성인이 과식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아기들은 피부 보호막을 형성하는 능력이 성인보다 떨어지기 때문에 외부에서 들어오는 균 등을 막아주는 역할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영유아 전용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어린이는 성인보다 피부가 얇고 연약해 성인용 화장품의 보존제, 색소, 향료 등 성분에 노출될 경우 알레르기성 접촉 피부염, 여드름, 피부 트러블 등이 생길 위험이 높다는 게 전 세계 보건 당국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 때문에 국내 화장품법에는 영유아, 어린이 화장품에 대한 법적 기준을 따로 마련하고 있다.
해당 법에 따르면 화장품책임판매업자는 영유아 또는 어린이가 사용할 수 있는 화장품임을 표시.광고하는 경우 제품별로 안전과 품질을 입증할 수 있는 ‘제품별 안전성 자료’를 작성해 보관해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그렇다면 문제의 판매원이 속한 회사가 영유아용 화장품도 팔고 있을까? 이와 관련 해당 업체의 관계자는 “영유아용 제품은 따로 취급하지 않고 있다”고 즉답했다. 그러면서 “상식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해 영유아나 어린이에게 우리 회사 화장품을 사용하면 안 된다는 교육을 별도로 진행한 적은 없다”며 “신생아에게 우리 회사 제품을 사용해도 된다는 식의 안내를 한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게시물을 작성한 인물이 해당 업체의 사업자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사업자는 맞지만 등록한 지 3~4개월 정도 된 초기 사업자”라고 했다.
이 업체는 이메일을 통해 추가 입장을 전달하겠다고 밝혔으나 3월 11일 현재까지 답변을 받지 못했다. 한편 문제의 게시물을 작성한 판매원에게 SNS를 통해 연락을 시도했으나 응답하지 않았고, 신생아에게 화장품을 사용한 게시물은 여전히 게재된 상태다.
“금쪽같은 내 새끼” 성인용 건기식 섭취 주의해야
미성년 자녀는 물론 반려동물에게까지 건강기능식품을 섭취하게 했다는 사업자들의 체험담도 적지 않게 확인된다. 한 업체 판매원은 “사업자 중에는 소아비만이나 키 성장, 잦은 잔병치레 등을 이유로 자신이 먹던 건강기능식품을 자녀에게 먹이는 사례도 적지 않다”며 “이 같은 행위가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건강기능식품의 경우 초중고 학생 자녀들의 섭취 시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건강기능식품법에 따르면 어린이(만 18세 미만의 아동)가 섭취할 용도로 제조하는 건강기능식품에 대해서는 식품첨가물 사용 등에 관한 기준 및 규격을 일반 건강기능식품과 달리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건강기능식품의 영양소 기준치 비율 표기방법은 ‘1일 영양성분 기준’으로, 성인 기준에 준하기 때문에 어린이가 섭취할 경우 기준치 이상의 영양소를 과다 섭취할 우려가 있다. 이렇게 되면 복통, 구토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간에 무리가 갈 수 있다.
아울러 반려동물은 사람과 신진대사 구조, 필수 영양소, 소화 능력이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사람이 먹는 식품을 주면 안 된다. 사람에게는 좋은 것이 반려동물에게는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어 반드시 동물 전용 제품을 먹여야 한다. 예컨대 자일리톨은 사람에게는 충치 예방에 도움을 주는 기능성 성분이지만, 강아지에게는 저혈당, 간부전 등을 유발할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각종 SNS 채널에 업종, 제품과 상관없이 허위·과대광고가 판친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본인이 제품을 체험한 경험을 언급하는 수준이 아니라 성인용 제품을 영유아에게 사용하고 그 사례를 게시물로 제작해 공개하는 것은 엄연한 아동학대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용인할 수 있는 일탈의 선을 넘었다”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