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Health

여름철 모기, ‘가려움’ 넘어 ‘감염병’ 매개체

By 2025년 07월 25일No Comments

더위가 절정에 이르는 여름철, 불쾌지수를 높이는 대표적인 불청객 중 하나는 ‘모기’다. 가려움증으로 밤잠을 설치게 할 뿐만 아니라, 뎅기열, 말라리아, 일본뇌염 등 다양한 감염병을 퍼뜨릴 수 있는 병원체 운반자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모기의 활동 기간이 과거보다 길어지고, 국내로 유입되는 외래 모기종이 증가하는 등 감염병의 위험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에 질병관리청을 비롯한 보건당국은 모기 매개 감염병 예방 수칙을 철저히 지킬 것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 사진: 게티이미지프로

전염성 높은 병원체 운반자

모기 매개 감염병은 병원체를 가진 모기가 사람을 물면서 전염되는 질환이다. 모기가 흡혈하는 과정에서 체내에 바이러스나 원충 등의 병원체가 침입하게 되며, 인체 내에서 증식하면서 다양한 증상을 유발한다. 이로 인해 단순히 ‘가려움’을 넘어 심각한 건강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

모기 매개 감염병의 위험성은 크게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전 세계적 전파 가능성이다. 모기는 열대, 아열대는 물론 점차 온대 지방까지 서식 범위를 넓히고 있으며, 사람의 이동과 함께 감염병도 급속도로 확산될 수 있다.

둘째, 다양한 임상 증상과 합병증이 나타난다. 가벼운 감기 증상에서부터 의식 혼미, 신경학적 장애, 출혈, 장기 손상, 사망에 이르기까지 질병에 따라 매우 다양한 양상으로 진행될 수 있다.

셋째, 일부 질환은 치료제가 없거나 치료가 까다롭고 회복 기간이 길다는 점에서 의료 시스템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지구 온난화 등 기후 변화에 따라 모기의 활동 범위와 시간대가 확대되면서, 과거에는 감염병 발생이 드물던 지역에서도 환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일본뇌염부터 뎅기열까지

국내에서 특히 주의해야 할 모기 매개 감염병은 ▲일본뇌염 ▲말라리아 ▲뎅기열이 대표적이다.

일본뇌염은 ‘작은빨간집모기’가 매개하며, 주로 논이나 축사 주변에서 서식한다. 감염자의 90% 이상은 무증상이지만, 일부에서는 고열, 두통, 구토, 의식 저하, 경련, 혼수 등의 심각한 신경학적 증상이 나타나며, 사망하거나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 가장 효과적인 예방법은 예방접종이며, 질병관리청에서는 매년 4월부터 일본뇌염 경보를 발령하고 있다.

말라리아는 ‘얼룩날개모기’가 원충을 매개하는 질환으로, 감염 후 수일에서 수주 내에 고열, 오한, 발한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증상을 보인다. 국내에서는 주로 5~6월부터 10월 사이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여행이나 군 복무 등을 통해 감염 사례가 꾸준히 보고된다. 특히 열대열 말라리아는 빠르게 중증으로 진행될 수 있어 해외 방문 전 예방약 복용이 권장된다.

뎅기열은 ‘이집트숲모기’와 ‘흰줄숲모기’가 전파하는 바이러스성 질환이다. 고열, 근육통, 두통, 관절통, 눈 주위 통증, 발진 등이 특징이며, 일부에서는 ‘뎅기 출혈열’이나 ‘뎅기 쇼크 증후군’으로 진행돼 치명적인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주로 동남아 지역에서 귀국한 여행객을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 외에도 최근에는 지카 바이러스, 치쿤구니야열 등 해외 유입 감염병의 위험성도 증가하고 있다. 지카 바이러스는 임신 중 감염될 경우 태아의 소두증을 유발할 수 있어 임산부의 여행 자제 권고가 내려진 바 있다.

“모기에 물리지 않는 것이 최선”

모기 매개 감염병은 치료보다 예방이 우선이다. 질병관리청은 모기와의 접촉을 차단하고, 주거 환경을 청결히 유지하는 등 실천 가능한 생활 수칙을 권고하고 있다.

① 모기 활동 시기와 장소 피하기
모기는 보통 해 질 무렵부터 새벽까지 왕성하게 활동한다. 따라서 이 시간대의 야외 활동은 가급적 자제하고, 풀숲이나 고인 물 주변 등 모기 서식지를 피하는 것이 좋다.

② 개인 보호 수칙

야외 활동 시에는 긴팔, 긴 바지 착용으로 피부 노출을 최소화하고, 식약처 허가 모기 기피제를 노출 부위에 꼼꼼히 바르는 것이 권장된다. 또한 모기장은 수면 중 모기 차단에 효과적이며, 방충망 점검도 필수다.

③ 주거 환경 정비
모기는 고인 물에 알을 낳기 때문에 집 주변의 화분 받침, 배수구, 쓰레기통 뚜껑, 폐타이어 등 물이 고일 수 있는 곳은 주기적으로 청소해 유충 서식을 막아야 한다. 하수구나 배수관의 막힘도 정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④ 해외여행 시 주의사항
해외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사전에 방문국의 감염병 유행 여부를 확인하고, 말라리아 등 필요시 예방약을 처방받는 것이 좋다. 여행 중에는 모기 기피제를 수시로 사용하고, 귀국 후 2주 이내에 발열·근육통 등 증상이 생기면 반드시 의료기관을 찾아 해외여행력을 고지해야 한다.

폭염에 모기 개체수 급감했지만, 장마·태풍 변수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27주차(6월 29일~7월 5일) 모기 지수는 319를 기록했다. 평년(2022~2024년 평균) 이 기간 모기 지수 869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모기 지수는 질병관리청이 전국 12개 시·도 14곳(강원도에 3곳) 축사에 설치한 채집기에 잡힌 모기 개체 수를 평균 낸 것이다. 전체 모기 개체 수 감소와 함께 뇌염 매개 모기의 개체 수도 줄었다. 평년 30이었던 일본뇌염 매개 모기의 모기 지수는 올해 3으로 급감했다.

방역 전문가들은 모기 수가 이처럼 급감한 이유로 날씨를 꼽는다. 모기들은 고인 물이나 물웅덩이에 산란하는데 폭염에 물이 말라 알을 낳을 곳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9~10월까지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가을 모기’가 기승을 부릴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늦은 장마와 태풍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때 만들어진 물웅덩이와 따뜻한 날씨가 만나면 모기 개체 수를 늘릴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모기 지수는 1년 내내 평년보다 낮은 모습을 보이다 9~10월에는 오히려 평년보다 모기가 늘어났다.

질병관리청은 “최근 매개 모기가 증가하고 있고 이번 달부터 일본뇌염 환자가 집중 발생하는 시기이므로 야외활동 때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예방수칙을 준수하고, 예방접종 대상자는 접종일정에 맞춰 접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민호 기자fmnews@fmnews.co.kr

공유하기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