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 기기의 과도한 사용과 실내 환경 변화, 계절성 요인으로 인해 안구건조증을 겪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안구건조증은 단순히 건조함이나 시림 증상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각막 손상이나 시력 저하를 유발할 수 있는 질환이다. 이럴 때 사용하는 것이 인공눈물이다. 대개의 사람들은 눈이 건조하면 인공눈물을 바로 넣는데, 오히려 눈 건강에 해가 될 수 있다.

하루 6회 이상 사용하지 말 것
인공눈물을 하루에 수십 번씩 습관처럼 점안하거나, 눈이 조금만 피곤해도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인공눈물은 단순한 수분 보충제가 아닌, 안구 표면의 보호막과 유사한 역할을 하는 약제이므로 과도한 사용은 오히려 눈물막을 교란시켜 자가 회복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
대한안과학회는 방부제가 포함되지 않은 일회용 인공눈물이라도 하루 6회 이상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점안액이 눈물에 존재하는 유익한 성분들을 희석시켜 오히려 안구건조증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1회 12방울, 하루 45회 점안이 적당하다.
시중에 유통되는 인공눈물은 크게 일회용과 다회용으로 나뉘며, 보존제 함유 여부에 따라 사용법과 보관 기준이 달라진다. 보존제가 없는 일회용 제품은 개봉 후 24시간 내 폐기해야 하며, 남은 액이 있어도 절대 재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반면 다회용 제품은 개봉 후 약 한 달까지 사용이 가능하지만, 렌즈 사용자나 민감한 눈을 가진 사람은 보존제의 잔류성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
특히 ‘벤잘코늄염화물’과 같은 보존제가 렌즈 표면에 남아 염증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렌즈를 착용한 상태에서는 방부제가 없는 인공눈물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렌즈를 착용한 채 점안이 가능한 제품인지 여부도 사용 전 확인해야 한다. 보존제가 있는 제품을 사용할 경우, 점안 후 15분 이상 지난 뒤에 렌즈를 착용해야 한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놓치는 부분이 바로 ‘점안 전 손 씻기’다. 손을 제대로 씻지 않고 인공눈물을 사용하는 것은 오히려 세균을 안구에 침투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점안 시 용기 끝이 눈꺼풀이나 속눈썹에 닿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용기가 직접 눈에 닿으면 결막이나 각막에 상처를 낼 수 있고, 감염 위험도 증가한다.
안전한 점안 방법으로는 고개를 젖히거나 눈을 위로 향하게 한 후, 아래 눈꺼풀을 손가락으로 살짝 내려 흰자위 부위에 한두 방울 떨어뜨리는 방식이 좋다. 점안 후에는 눈을 감고 1~2분간 가볍게 누르면서 약물이 눈 표면에 고르게 퍼지도록 돕는다.
미세플라스틱 때문에 첫 방울은 버려야
인공눈물의 또 다른 주의사항은 ‘첫 방울을 버려야 한다’는 점이다. 식약처가 안내한 ‘일회용 점안제 안전관리 가이드라인’에는 “용기 절단 시 미세한 플라스틱 파편이 액에 섞일 수 있으므로 1~2방울은 점안하지 않고 버린다”고 명시돼 있다.
이와 관련해 고려대 안암병원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도 주목할 만하다. 연구진은 시중 제품 5종의 인공눈물을 분석한 결과, 개봉 직후의 첫 방울에서 30mL당 평균 0.5개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으며, 첫 두 방울을 버릴 경우 이 수치는 0.14개 수준으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인공눈물의 첫 방울을 점안하지 않음으로써 연간 수백 개의 미세플라스틱 노출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공눈물 소비도 OECD 평균 웃돌아
국내 안구건조증 환자 수는 2002년 이후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2017년 743만 4,447명이던 환자 수는 2021년에는 792만 9,058명으로 6.7% 늘었다. 전문가들은 난방기기 사용이 잦아지는 겨울철, 미세먼지와 꽃가루가 심한 봄철, 그리고 디지털 기기 사용 증가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안구건조증 유병률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한국의 인공눈물 소비량은 2023년 기준 OECD 평균의 1.4배에 달해, 국민 전체가 인공눈물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인공눈물의 사용량만큼 사용법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낮아, 올바른 점안 습관과 제품 선택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인공눈물을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중요한 것은 실내 습도를 40~60%로 유지하고 냉난방기의 바람을 직접 쐬지 않도록 하는 등 주변 환경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스마트폰, 태블릿, 컴퓨터 등 디지털 기기의 과도한 사용도 안구건조증을 유발한다. 화면을 오래 보면 눈 깜박임 횟수가 줄어 눈물이 쉽게 증발하고, 눈 근육의 긴장이 지속돼 피로도가 증가한다. 디지털 기기를 사용할 땐 화면과의 거리를 40~50cm 유지하고, 한 시간 사용 후 10~15분은 눈을 쉬게 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장시간 컴퓨터 앞에서 일하는 직장인이나 스마트폰 사용이 많은 학생들의 경우, 블루라이트와 자외선 차단 기능이 포함된 기능성 렌즈를 사용하는 것도 눈 건강에 도움이 된다. 특히 ‘멀티태스킹형 시야 이동’이 잦은 현대인에게는 중근거리 전용 렌즈나 오피스용 맞춤형 렌즈가 눈의 피로감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더불어 눈 건강을 위한 식이요법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한 생선, 비타민A와 C가 많은 당근과 블루베리, 눈 건강에 도움을 주는 항산화 성분이 함유된 견과류 등을 꾸준히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전문가들은 인공눈물의 경우 눈에 직접 사용하는 의약품인 만큼, 올바른 사용법을 숙지하고 자신의 눈 상태에 맞는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점안 전 손을 씻는 습관, 첫 방울을 버리는 작은 실천, 사용량과 횟수를 적절히 조절하는 관리가 장기적인 눈 건강을 지키는 길이다.
두영준 기자 mknews@mk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