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로음료와 같이 무설탕 식품에 자주 쓰이는 감미료 ‘수크랄로스’가 남성의 생식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제학술지 Environmental Health Perspectives에 실린 이번 연구에서는 수크랄로스에 노출된 동물실험에서 호르몬 불균형, 정자 손상, DNA 손상 등이 관찰됐다.

“정자 생존율 낮추고 고환 변형 등 악영향”
전 세계 부부 중 8~12%는 불임으로 고민하고 있고, 전체 불임 사례의 절반을 남성 불임이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원인은 유전, 환경, 호르몬 요인 외에도 식습관 및 생활방식이 포함되며, 최근에는 무열량 감미료(NNS)의 섭취 증가가 생식 건강 악화 요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감미료의 30%를 차지하는 수크랄로스는 설탕보다 칼로리가 낮고 항균 성질이 있어 다이어트 식품에 자주 사용되지만, 그 안정성과 생체 영향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다.
미국 식품의약청(FDA)은 수크랄로스의 일일섭취허용량(ADI)을 체중 1㎏당 5㎎으로 권고하고 있고 유럽식품안전청(EFSA)은 1㎏당 15㎎이 안전하다고 보고 있다.
이번 연구에서 주목한 것은 수크랄로스 자체뿐 아니라 제조 과정 및 체내 대사에서 생성되는 ‘수크랄로스-6-아세테이트’라는 유전독성 부산물이다. 이 화합물은 잘 분해되지 않아 수생 생태계에 잔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까지 수크랄로스와 남성 불임의 연관성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는 부족했다.
이번 연구는 수컷 쥐를 대상으로 1.5, 15, 45, 90mg/kg의 수크랄로스를 2개월간 투여하며 진행됐다. 대조군은 이온수만을 섭취했다. 연구팀은 실험 종료 후 혈액, 간, 신장, 고환, 부고환 등 여러 장기를 수집하고 조직병리학적 분석을 실시했다. 정자 운동성과 DNA 손상, 자가포식 지표 및 호르몬 수치도 함께 측정됐다.
이번 연구를 통해 수크랄로스를 장기간 섭취할 경우 체내에 산화 스트레스를 증가시키고, 정자 DNA에 손상을 입히며, 세포 내 자가포식 기능을 저해해 남성 생식 기능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결과가 확인됐다. 이는 정자의 생존율 저하, 고환 조직의 구조적 변화, 성호르몬 분비 억제 등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결국 생식 능력을 위협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수크랄로스는 산화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정자 DNA 손상 및 자가포식 기능 이상을 통해 생식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다만 세포실험에서 사용된 고농도의 수크랄로스는 일반적인 식이 섭취량보다 높기 때문에 사람에게 직접 적용하기 전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당뇨병 있다면 과도한 섭취 자제해야
설탕이 들어간 음료가 몸에 안 좋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제로음료가 인기를 끌고 있는데, 국내 제로 탄산음료 시장 규모는 2020년 924억 원에서 2022년 3,683억 원으로 2년 만에 무려 4배가량 커졌다. 그런데 이 음료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제로음료는 설탕 대신 인공감미료로 단맛을 내 칼로리가 낮은 음료다. 대표적인 인공감미료는 설탕보다 200배의 단맛을 내는 ‘아스파탐’, 설탕보다 300배 더 단 ‘스테비아’, 설탕의 70~80% 단맛을 내는 ‘에리스리톨’ 등이 있다. 참고로 제로칼로리는 칼로리가 완전히 없다고 볼 수는 없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100㎖당 4㎉ 미만인 경우 제로칼로리로 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로음료는 칼로리를 줄이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당뇨병이 있다면 섭취를 자제하는 것이 좋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건강증진을 위해 설탕과 같이 정제된 당류를 함유한 음료나 음식 섭취를 줄이도록 권장하고 있다. 다만 설탕 대신 열량이 없는 인공감미료를 사용했을 때 혈당 개선이나 체중 감량의 효과는 입증되어 있지 않다.
일부 연구에서는 가당음료뿐 아니라 인공감미료를 이용한 음료 섭취와 당뇨병 발생과의 관련성을 보고하고 있다. 따라서 평소 설탕이나 꿀, 각종 시럽 등의 첨가당이 포함된 음료수를 즐겨 마시던 습관이 있다면 물로 대신하는 것이 가장 좋다. 다만, 당류 섭취를 줄이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을 때 인공감미료를 사용한 제로칼로리 음료를 적당히 활용할 수 있다.
아스파탐, 심혈관 질환 유발할 수도
인공감미료 아스파탐이 오히려 심혈관 질환과 인슐린 수치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아스파탐은 설탕보다 200배 더 단맛을 내지만 열량이 거의 없어 대체당으로 널리 사용돼 왔다.
스웨덴 카롤린스카의대 이하이 차오 교수 연구팀은 국제 학술지 셀 메타볼리즘(Cell Metabolism)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아스파탐을 섭취한 실험쥐에서 동맥 내 지방 플라크 형성이 두드러졌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쥐에게 12주간 아스파탐 0.15%가 포함된 사료를 공급했다. 이는 사람이 매일 제로 탄산음료 3캔을 마시는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 결과 아스파탐을 섭취한 쥐에서는 동맥이 좁아지고 플라크가 많이 쌓이는 현상이 관찰됐으며, 염증 지표와 인슐린 수치도 함께 증가했다. 연구팀은 “설탕보다 200배 더 단 아스파탐이 단맛 감지 수용체를 속이는 식으로 더 많은 인슐린을 분비하게 유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입뿐만 아니라 장에도 존재하는 단맛 감지 수용체의 특성 때문에 인슐린 수치 상승이 기존 예측보다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또한 아스파탐에 의해 유발된 인슐린 과분비는 죽상경화증과 같은 혈관 질환의 위험 요인이 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장기적으로 심장마비나 뇌졸중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죽상경화증은 동맥 내에 지방 성분이 축적되면서 혈관 벽이 두꺼워지고 혈류가 방해받는 상태로, 고혈압, 협심증, 심부전 등 다양한 심혈관계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인공감미료는 이미 다양한 가공식품에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는 만큼, 장기적인 섭취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보다 명확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이번 실험 결과를 기반으로 향후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 연구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두영준 기자 mknews@mk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