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인 설립도, 여행업 등록도, 다단계 등록도 외면
여행 빙자한 유사수신…美 규제 당국도 시정 권고

▷ 제미나이로 생성한 이미지
미국에 본사를 둔 여행다단계 업체 MWR라이프가 한국에서 지사 설립도 하지 않은 채 불법적인 다단계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여행사라면 필수적인 여행업 등록조차 하지 않았으며, 소비자 피해 보상을 위한 조치도 전혀 하지 않았다. 또 명목상 여행업이라는 형태를 취하고 있으나 재화나 용역을 공급하지 않은 채 매달 구독료 형식으로 약 100달러에 달하는 금전을 수취하고 있어 유사수신 의혹도 함께 받고 있다.
한국에서 활동 중인 이들은 과거 ACN에서 상위 직급을 경험한 정 모씨와 같은 회사에서 그의 스폰서로 활동했던 우 모씨가 함께 불법적으로 조직을 구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은 해외에 법인을 둘 경우 처벌할 수 없다면서 조직원들을 안심시키고 있으나, 비록 한국에 지사를 두고 있지 않더라도 최초에 조직을 설계한 자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처벌할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의견이다.
실제로 방문판매법 제13조는 ‘등록되지 않은 다단계 조직을 관리·운영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형사 처벌 대상’이라고 적시하고 이를 위반할 시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비록 정 씨와 우 씨 등이 단순 정보제공자라고 주장하더라도 국내법을 피해갈 수 없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특히 사기 및 유사수신 혐의의 경우 수신 금액에 따라 최고 무기징역에 처해질 수 있어 규모를 키우는 만큼 형량도 늘어나게 돼 있다고 지적한다.
대법원은 지난 2025년 실제 수익 모델 없이 하위 회원의 돈으로 상위 회원의 수당을 주는 행위에 대해 유사수신으로 판단함에 따라 잇따라 중형이 선고되는 분위기다.
군인 및 군인 가족 위한 여가 프로그램을 사명으로 사용, 기획된 범죄 의심
업계의 전문가들은 “한국 내의 사법 리스크 외에 또 하나 우려되는 점은 미국 본사조차 완벽하지 않다는 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 2025년 11월 미국 직접판매 자율규제위원회(DSSRC)는 MWR라이프에 ‘재정적 자유’, ‘조기 은퇴’ 등 근거 없는 수익 주장을 중단하라고 강력하게 권고했다.
이와 함께 기업 신뢰도를 평가하는 BBB(Better Business Bureau)는 MWR에 대해 ‘등급 외 판정’을 내리면서 “소비자들의 ‘환불 거절’ 및 ‘허위 정보’ 관련 민원이 수차례 제기됐다”고 밝혔다.
특히 MWR이라는 회사 이름과 관련해서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원래 MWR은 Morale, Welfare and Recreation의 약자로 미국에서 군인 및 군인 가족을 위한 글로벌 여가 서비스 네트워크를 말한다.
MWR라이프가 공신력 있는 군 복지 프로그램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민간 다단계 업체임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약자를 사용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마치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인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소비자 단체 및 미국의 소비자 리뷰 사이트에서는 ‘실제 여행 할인 혜택보다 매달 내는 멤버십 비용이 더 크다’거나, ‘신규 회원을 모집하지 않으면 수익이 전혀 나지 않는 구조’”라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고.
한국에서도 환불 거절 사례 잇따라
환불 거절은 이미 국내에서도 수차례 발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모 여행업체의 대표는 “기존 고객들로부터 이 회사에 자동 구매 신청을 했다가 취소했으나 환불해주지 않는다는 하소연을 자주 듣는다”면서 “이렇게 불법 업체가 활개를 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에서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국 내 MWR 상위 조직원들과 친분이 있다는 한 판매원은 “그들의 주장처럼 그렇게 잘 나가는 글로벌 기업이 왜 한국에서는 법인 하나 안 만들고, 소비자 피해보상 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것이냐?”며 “회사에서 아무런 보호 장치를 해주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이익에만 눈이 어두워 조직원 확장에 혈안이 된 주동자들의 탐욕에 사법 당국이 브레이크를 걸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거 월드벤처스의 조직원으로 활동했던 판매원 역시 “과거 수만 명의 피해자를 낳고 파산한 월드벤처스가 그랬던 것처럼 열심히 일한 사람만 피해를 보게 되는 구조”라며 “주동자들은 하위의 회원을 모집하지 않아서 인간적으로 책임질 일이 별로 없지만, 하위에서 전심전력으로 일한 사람들은 환불이나 보상 등의 책임을 떠안게 된다”며 “일을 안 할 거면 몰라도 일을 할 생각이라면 반드시 합법적인 업체를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몰락한 국내 리더들의 추악한 민낯”
이 업체가 더 위험한 것은 그동안 한국 내 다단계판매업체에서 상위 직급자로 활동하면서 나름대로 인지도를 쌓은 소위 ‘리더’들이 참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두머리 격인 정 씨와 우 씨 외에도 시크릿 출신의 또 다른 정 모씨, 헬시라이프 출신의 배 모씨, 뉴유라이프 출신의 정 모씨 등이 그들이다.
그들의 파트너로 함께 사업을 했던 판매원들은 “한 때는 다수의 회원들로부터 존경에 가까운 추앙을 받던 사람들이 돈 되는 일이면 뭐든지 하는 수준으로 전락한 것을 보면서 비애 같을 걸 느낀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소위 ‘물류’라고 불리는 일을 그만두고 코인 선물 등에 손을 대 피해자를 양산했던 그들이 법적인 처벌을 받기는커녕, 새로운 불법 업체를 갖고 와서 또다시 사기에 가까운 행위를 반복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며 “사람들은 처벌받지 않은 범죄는 그것이 범죄였는지 판단할 수 없고, 심지어는 범죄를 저지른 그들조차도 그것이 범죄였는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조속한 수사와 처벌을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