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독사 발견부터 실종 노인 구조까지…현장이 만든 사회안전망

▷ hy 프레시 매니저가 홀로 계신 어르신을 방문해 안부를 묻고 있다
우리나라가 2024년 말 기준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넘기며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고독사와 노인 소외 문제가 사회적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지난 2000년 고령화사회(65세 이상 인구 7% 이상)에 진입하고 24년 만에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것은 프랑스(154년), 독일(76년), 일본(37년) 등 다른 국가에 비해 그 속도가 매우 빠른 편이다.
여기에 가족 구조 변화, 1인 가구 증가, 지역 공동체의 약화 등이 노년층의 고립을 심화시키고 있지만, 현재의 복지 제도만으로는 모든 가정을 실시간으로 살피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독거노인의 경우 일상 속 작은 이상 신호를 제때 발견하지 못하면 위급 상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가운데 직접판매(다단계·방문판매)의 ‘대면 네트워크’가 공공기관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 실질적인 사회안전망 역할을 수행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골목 누비는 야쿠르트 아줌마, 사회안전망 역할 톡톡
hy(옛 한국야쿠르트)가 최근 공개한 2025년 사회 공헌 결산 데이터에 따르면, 1994년부터 시작된 ‘홀몸노인돌봄활동’ 수혜 인원은 첫해 1,104명에서 현재 6만 4,000여 명으로 급증했다. 전국 유통망을 가진 프레시 매니저(FM)들이 독거 어르신 가정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건강음료를 전달하며 이상 징후를 살핀 결과다.
현장에서 위기 상황을 발견해 대응한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8월 전북 군산에서는 이현숙 FM이 방문 중 이상 징후를 포착해 관계 기관에 즉시 알렸고, 이 공로로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고독사 현장을 발견해 신속히 조치함으로써 고인의 마지막 존엄을 지킨 것이다.
고독사 문제는 해마다 심각해지고 있는데,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4년 고독사 사망자 수는 3,924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성별로는 남성이 차지하는 비중(81.7%)이 여성 비중(15.4%)보다 약 5배 이상 높았고, 연령대별로는 60대(32.4%), 50대(30.5%), 40대(13.0%) 순으로 중장년층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2024년에는 부산에서 실종된 치매 노인을 찾는 데 판매원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실종 공지를 확인한 FM이 본인의 단체 채팅방에 해당 내용을 공유하자, 인근 구역을 지나던 동료 판매원들이 즉각 수색에 나섰고 단 20분 만에 어르신을 찾아내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냈다.
판매원들은 일상적으로 동네 골목과 아파트 단지를 오가며 활동하기 때문에 지역 환경에 익숙하다는 점이 장점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일각에서는 노인 문제 해결을 위해 사물인터넷 기반 장비 보급이나 별도 인력 확충도 필요하지만, 마을 곳곳을 누비고 있는 수백만 명의 판매원을 활용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사람을 잇는 직접판매, 고령층의 소통 창구
보건복지부가 2008년부터 3년 주기로 실시하고 있는 ‘2023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노인가구 형태는 부부 가구(55.2%), 1인 가구(32.8%), 자녀 동거 가구(10.3%) 순으로 나타났다. 1인 가구가 30%를 넘은 건 조사 이래 이번이 처음으로, 지난 조사 대비 13%p 증가했다.
노년기는 신체가 약화되고 사회적 위치가 변화하면서 관계망이 축소되는 시기인데, 특히 독거노인은 다른 가구 형태에 비해 건강 상태, 우울 증상, 생활상의 어려움 등 다양한 측면에서 열악한 상황으로 나타났다. 노인 본인이 ‘건강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1인 가구 34.2%, 부부 가구 48.6%로 집계됐으며, 우울 증상, 생활상의 어려움을 겪는 비율 역시 독거노인이 더 높았다. 한편 일을 하고 있는 노인 비중은 2017년 30.9%, 2020년 36.9%, 2023년 39.0%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노년기에 사회적 고립이 심화될 경우 우울과 건강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독거노인의 경우 일상적인 대면 접촉이 줄어들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사람을 만나고 소통하면서 고립을 완화할 수 있는 통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사람과 사람의 접촉을 기반으로 하는 직접판매가 대안으로 지목되고 있다. 직접판매는 세미나, 교육, 팀 미팅, 제품 체험 및 전달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스폰서, 파트너, 소비자들과 소통하고 서로 안부를 물으며 건강 상태를 살피기도 한다.
이와 관련 한 업계 관계자는 “직접판매는 제품을 파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사람과의 신뢰를 쌓는 것”이라며 “판매원들은 일정한 주기로 파트너들을 직접 만나거나 연락을 주고받고, 건강기능식품을 다루는 만큼 자연스럽게 건강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편”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홀로 지내는 어르신들 중에는 사업보다 사람들과 만나는 게 좋아서 거의 매일 사무실을 찾는 분들도 있다”며 “회사가 어려움을 겪었을 때 일부 고령 사업자들이 일부러 웃돈을 보태서 매출을 올려 힘을 보태기도 했다”고 말했다.
고령층이 지목하는 직접판매사업의 또 다른 매력은 나이가 많더라도,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라도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 60대의 판매원은 “직접판매는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고령층의 대안이 될 수 있고, 비슷한 사연을 가진 사람이 많기 때문에 외로움을 덜어내는 창구 역할도 한다”며 “파트너들과 함께 여행도 가고 오랜만에 외박도 하고, 서로 웃고 떠들면서 다시 청춘을 되찾은 것 같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