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염증성 장질환은 소장과 대장 등 소화관에 지속적으로 염증이 생기는 만성 면역 질환이다. 크게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으로 나뉘는데 두 질환은 비슷하면서도 차이가 있다. 과거에는 북미나 유럽 등 서구에서 흔한 질환이었지만, 식습관의 변화로 국내에서도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5년 새 환자 수 30% 증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9년 7만 814명이었던 국내 염증성 장질환 환자 수(크론병, 궤양성 대장염 합산)는 2023년 9만 2,665명으로 5년간 약 30% 증가했다. 특히 이 중 20~30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25.8%로 4명 중 1명이 젊은 청년층이었다.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차재명 교수는 “1인 가구 증가와 함께 가공식품 위주의 식생활, 불규칙한 식습관, 스트레스 등 다양한 생활환경 변화가 젊은 세대의 장 건강에 영향을 주고 있다”며 “이와 더불어 질환 인식 확산으로 인해 조기 진단 사례가 증가한 것도 원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염증성 장질환은 소화관에 만성적인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으로 대표적으로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이 있다. 증상은 주로 복통, 설사, 혈변, 체중 감소 등이 나타난다.
무엇보다 염증성 장질환과 과민성 장증후군은 전혀 다른 질환으로 구분이 중요하다. 염증성 장질환은 알려지지 않은 원인으로 인해 장에 염증이 생기는 만성질환으로 심하면 전신건강에 영향을 준다. 복통이나 설사 등 증상이 시간을 구분하지 않고 나타나며, 대부분의 환자에서 영양 흡수 장애가 동반된다.
과민성 장증후군은 장에 기질적 이상이 없는 기능성 질환으로 체중 감소나 전신 증상이 동반되지 않는다. 또한, 자는 동안에는 복통이나 설사가 거의 나타나지 않으며, 영양 흡수 장애가 동반되지 않는다. 차이점은 있지만 증상이 비슷해 환자 스스로 진단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반드시 내시경 검사, 혈액 검사, 대변 검사 등 전문적인 평가를 통해 원인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완화와 재발 반복하는 ‘궤양성 대장염’
궤양성 대장염은 대장의 염증과 궤양이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염증성 장질환의 일종이다. 만성적으로 완화와 재발을 반복하는 대장염으로, 복통, 혈변, 점액성 설사 등의 증상을 나타내는 특징이 있다. 항문에서 가까운 직장에서부터 염증 또는 궤양이 발생하여 점차 전체 대장으로 진행하기도 하며, 아직까지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질환이다.
궤양성 대장염의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알려진 것은 없지만, 환경적 요인과 유전적 요인이 같이 작용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유전 변이나 면역 불균형이 어느 정도 관여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정상인의 장면역계는 공생세균에는 반응하지 않고, 병원성 균에 대해서만 면역반응을 보이지만, 궤양성 대장염 환자에서는 공생세균에 대해서도 비정상적으로 반응을 보인다.
궤양성 대장염의 가장 흔한 증상은 혈변, 설사이며, 점액변, 복통, 변 못참음, 변을 보고 시원하지 않은 후중감 등의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대장 증상 외에도 체중 감소, 발열, 식욕 부진, 전신 쇠약감, 구토 등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러한 증상들은 갑자기 빠르게 진행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수 주일에서 수 개월에 거쳐 서서히 발생한다. 또한 무릎, 척추, 골반 관절염과 통증, 피부병변, 눈의 염증 등이 대장염과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치루로 착각하기 쉬운 ‘크론병’
크론병의 증상은 환자에 따라 종류와 정도가 다양하게 나타난다. 가장 특징적인 증상은 증상기(복통과 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시기)와 무증상기(특별한 처치 없이 증상이 회복되어 아무런 증상도 나타나지 않는 시기)가 반복된다는 것이다.
복통은 간헐적으로 나타나는 산통과 유사한데 주로 하복부에 나타난다. 복통과 함께 설사가 동반된다. 설사 증상은 일반 설사와 같으며, 설사에 고름이나 혈액, 점액이 섞이는 경우는 거의 없다. 체중 감소와 오심, 구토, 발열, 밤에 땀을 흘리는 증상, 식욕 감퇴, 전신적인 허약감, 근육량 감소, 직장 출혈 등이 나타난다. 입안의 점막과 식도, 위막에 염증이 생기기도 한다. 급성으로 발현되면 체온이 상승하고, 백혈구의 수치가 증가한다.
소장과 대장에 모두 염증이 침범하는 경우가 55% 정도, 소장에만 염증이 침범한 경우가 30% 정도, 대장에만 염증이 침범한 경우가 15% 정도를 차지한다. 보통 병변 부위는 정상 부위→병변 부위→정상 부위가 반복되는 듯 건너뛰어 있는 양상을 보인다. 장이 복벽에 위치할 수 있도록 지지해주는 장간막도 두꺼워지며, 비대해진 림프절을 관찰할 수 있다.
무엇보다 크론병 환자의 90% 이상은 항문 질환이 있다. 항문 직장 주위에 농양이 생기는 경우가 있고, 이로 인해 치루가 생기기도 한다. 만성적인 장의 염증으로 인해 누공이 생길 수 있고, 상처와 장폐색이 나타날 수 있다. 누공과 농양이 장의 벽을 관통하는 큰 구멍을 만들기도 한다.
또한, 장의 기능 이상과 관련 없이 관절통, 관절염이 나타나기도 한다. 피부, 눈, 간, 신장에 이상이 생기기도 한다. 골밀도가 감소해 골다공증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환자 상황에 맞춰 치료방법 구체화해야
염증성 장질환은 완치가 어렵고, 증상이 악화되는 활동기와 완화되는 관해기를 반복하는 특성이 있다. 치료 초기부터 점막 치유를 목표로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장기적으로 장 손상을 줄이고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질환 특성상 장기간 치료가 필요한 만큼, 염증성 장질환 치료 경험이 풍부한 전문의를 통해 일관된 관리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치료는 증상의 정도에 따라 항염증제, 면역조절제, 스테로이드제, 생물학적 제제, 소분자 치료제 등이 단계적으로 적용된다. 생물학적 제제는 관해 유도와 유지 효과가 높지만, 고가이기 때문에 환자 개별 상태에 따른 판단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단순 증상 조절을 넘어, 내시경상 점막 치유, 조직학적 치유와 생물학적 지표 정상화(바이오마커 관해)를 목표로 하는 치료가 강조되고 있다.
고대안암병원 소화기내과 금보라 교수는 “약으로 상당 부분 장내 염증을 가라앉힐 수 있기 때문에 약이 가장 중요한데, 하나의 약만으로 궤양성 대장염이나 크론병의 모든 것이 해결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때문에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은 각 환자의 상황에 맞춰 치료방법을 구체화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금보라 교수에 따르면 현재의 염증성 장질환은 장 점막 표면의 염증을 치료하는 5-ASA부터 시작해 스테로이드, 면역조절제, 생물학적 제제, 수술 순서로 피라미드 형태로 점점 더 센 치료를 하는 것이 표준치료다.하지만 금 교수는 “염증성 장질환 가이드라인에서는 요새 안 좋은 환자들은 (센 치료에서 약한 치료로 가는) 탑 다운 치료를 한다. 안 되면 생물학적 제제부터 쓰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면서도 “아쉽게도 우리나라에서는 보험 급여가 안된다”고 염증성 장질환에서 환자 맞춤치료를 하기 어려운 한계를 지적했다.
<자료 참조 :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최민호 기자fmnews@fm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