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전적 요인과 스트레스 등에 의해 탈모 증상이 나타나는 연령대가 낮아지면서 모발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진 맥주효모, 비오틴 함유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제품이 탈모 예방에 효과가 없다는 한국소비자원의 보도자료가 최근 배포되면서 국내 1,000만 탈모인들이 충격을 금치 못하고 있다.

비오틴.맥주효모 모발 관리 효과와 무관
한국소비자원(원장 윤수현, 이하 소비자원)이 온라인으로 판매되는 모발 건강 표방 식품 30개 제품의 안전성, 비오틴 함량, 표시·광고 실태를 조사한 결과, 조사대상 전 제품이 표시·광고에 관한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맥주효모는 맥주를 발효시킨 후 걸러낸 효모를 건조한 일반식품의 원료이고 비오틴은 비타민(B7)의 일종으로 체내 대사 및 에너지 생성 기능성만 인정받고 있다. 따라서 이 두 가지 원료를 함유한 제품이더라도 모발 관리 효과와는 무관하다는 게 소비자원의 설명이다.
그러나 조사대상 30개 제품은 모두 과학적 근거 없이 탈모 예방, 모발 건강을 표방하고 있었다. 특히 14개 제품은 ‘탈모 예방.치료’, ‘탈모 영양제’와 같이 탈모 치료제나 건강기능식품으로 오인할 수 있는 광고를 했고, 나머지 16개 제품도 거짓·과장 또는 허위사실이 포함된 체험기를 게시하는 등 부당광고를 하고 있었다.
조사대상 30개 제품의 비오틴 함량을 조사한 결과, 비오틴 함량을 표시한 26개 제품 중 3개 제품은 비오틴이 검출되지 않았거나 실제 함량이 표시된 함량의 각각 1%, 10%에 불과했다.
또한 비오틴을 첨가하지 않은 1개를 제외한 29개 제품의 비오틴 함량은 1일 영양성분 기준치(30μg)보다 약 0.1배에서 350배까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표시·광고 및 영양성분 함량이 부적합한 제품을 제조·판매한 사업자에게 개선을 권고했다. 또한 식약처에는 탈모 관리·모발 건강 등을 광고하는 제품에 대한 점검을 요청할 계획이다.
아울러 소비자에게 탈모 증상이 나타날 경우 전문의의 진단을 받고 건강기능식품을 구입할 때는 제품에 표시된 기능성과 건강기능식품 인증마크 등 표시사항을 꼼꼼히 확인할 것을 당부했다.
탈모 관련 제품은 기장밀추출복합물.피쉬콜라겐펩타이드
모발 건강기능식품은 ‘건강기능식품의 기준 및 규격’에 따라 모발의 윤기·탄력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기능성을 인정받은 기장밀추출복합물, 피쉬콜라겐펩타이드 등의 원료를 사용한 제품이다.
소비자원은 “모발의 윤기.탄력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기능성은 개별적으로 식약처의 심사를 거쳐 기능성을 인정받은 사업자만 해당 ‘개별인정원료’가 포함된 제품에 표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맥주효모는 맥주를 발효시킨 후 걸러낸 효모(Saccaromyces)를 건조한 것으로 주로 단백질로 구성되어 있으나 모발, 두피, 손톱 건강의 연관성에 대해 과학적으로 확인된 바 없다.
비오틴 역시 체내 대사 및 성장에 필요한 수용성 비타민(B7)으로 식약처에서 영양강화 기능성을 인정한 원료이나 모발 건강과 관련한 기능성이 인정된 바 없다. 참고로 비오틴은 다양한 식품에 함유되어 있어 정상적인 식사를 하는 건강한 사람에게 단순 결핍 증상은 나타나지 않고 과량을 섭취해도 부작용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탄산음료, 남성 탈모 위험 높인다
하루 한 캔의 탄산음료가 남성의 탈모 위험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2023년 중국 칭화대학교 연구팀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하루에 최소 한 잔의 당분이 포함된 음료를 마시는 남성은 거의 마시지 않는 남성에 비해 남성형 탈모를 겪을 위험이 57%나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러한 결과가 탄산음료뿐만 아니라 커피, 차, 스포츠음료 등 당 함량이 높은 모든 음료에 해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다이어트 탄산음료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 차이는 음료에 포함된 ‘설탕’ 때문으로 분석된다. 과도한 당분 섭취는 인슐린 저항성을 유발해 혈액순환을 방해하고, 이로 인해 모낭이 손상되어 탈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에서는 최근 탈모를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보고도 있는데, 전문가들은 미국인의 전반적인 식습관이 나빠지고 있는 점이 탈모를 포함한 여러 건강 문제를 유발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자료에 따르면, 하루에 당이 들어간 음료를 마시는 비율은 아동 63%, 성인 50%에 달한다. 과거 연구들에서도 비만과 당뇨, 이 둘과 탈모 간의 연관성이 밝혀진 바 있다.
이번 연구는 학술지 뉴트리언츠(Nutrients)에 실렸으며, 18세에서 45세 사이의 남성 1,02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통해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탈모 여부, 식습관, 정신 건강 상태, 교육 수준, 연령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했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에게 과일, 채소, 간식, 그리고 탄산음료와 같은 당 함량이 높은 음료의 섭취 빈도를 물었다.
분석 결과, 탄산음료뿐 아니라 튀김류, 설탕, 아이스크림 등 당분이 많이 포함된 음식을 매일 섭취하는 남성일수록 탈모를 겪을 가능성이 높았다. 연구팀은 특히 당이 포함된 음료에 초점을 맞춰 나이, 체중, 정신 건강, 다른 식습관 등 변수들을 조정한 후 분석 모델을 구축했다. 그 결과, 당분이 포함된 음료를 주 13회 섭취하는 남성은 탈모 위험이 21% 증가했고, 주 47회 섭취하는 경우에는 26%까지 증가했다.
이번 결과는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것이지,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 연구진도 다른 생활 습관 요인들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흥미로운 점은 건강하지 않은 식단이 탈모와 관련이 있다는 결과와 달리, 건강한 식단이 보호 효과를 가지는지에 대해서는 뚜렷한 연관성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두영준 기자 mknews@mk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