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시간 앉아있다 보면 알게 모르게 ‘달 달 달’ 다리를 떨게 된다. 그러다 들려오는 근엄한 목소리 “야 이 녀석아 다리 떨면 복 나간다.” 다리 떨기는 과거 부정적인 습관으로 여겨져 왔지만, 오히려 이러한 행동이 건강에 이로운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하루 평균 9시간 앉아있는 성인
질병관리청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19세 이상 성인의 하루 좌식행동 시간이 2018년 8.3시간에서 2023년 9.0시간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청소년건강행태조사 결과를 보면 청소년의 경우 하루 평균 11시간 이상 앉아서 생활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 중 평일에 학습 이외의 목적으로 앉아있는 시간이 2017년 2.6시간에서 2023년 3.4시간으로 크게 늘었다.
좌식행동은 앉아서 에너지를 거의 소모하지 않는 모든 활동을 의미하며, 업무나 학습 중 앉아있는 시간, TV를 시청하거나 스마트기기를 사용하는 시간 등을 포함한다. 이러한 행동은 근골격계 질환뿐만 아니라 고혈압, 당뇨병, 심혈관 질환과 암 발생의 위험요인으로 알려져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2020년 ‘좌식행동 및 신체활동 가이드라인’을 배포했는데, 가이드라인에서는 성인의 경우 좌식행동의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일주일에 최소 150분 이상의 중강도 유산소 신체활동을 하거나, 최소 75분 이상의 고강도 유산소 신체활동을 조합하여 실천할 것을 권장한다.
신체활동 강도는 심박수와 운동자각도(RPE), 그리고 대사당량(MET) 등 세 가지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는데, 중강도 신체활동은 심박수 기준 최대심박수의 64~76%, 여유심박수의 40~59%, 운동자각도 기준 5에서 6, 대사당량 기준 3에서 6 MET에 해당하며, 이는 대화가 가능하고 땀이 나는 수준으로 골프, 댄스, 걷기, 자전거타기 등이 있다.
고강도 신체활동은 심박수 기준 최대심박수의 77~95%, 여유심박수의 60~89%, 운동자각도 기준 7에서 9, 대사당량 기준 6 MET 이상에 해당하며, 이는 대화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숨이 차는 수준으로 달리기, 줄넘기, 수영, 축구, 테니스 등이 있다.
서울시립대학교 하민성 교수는 “하루 중 좌식행동 시간의 비중이 높더라도, 신체활동의 긍정적인 영향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하루 30분 이상의 신체활동은 좌식행동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으므로 건강관리를 위해 꾸준한 신체활동 실천을 권장한다”고 강조했다.
다리 떨면 혈액순환에 도움
현실적으로 충분한 운동 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 일상 속 미세한 움직임만으로도 좌식 생활의 부작용을 완화할 수 있다.
다리 떨기는 종아리 근육의 수축과 이완을 유도하여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정맥 내 혈류 정체를 방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는 하지정맥류 예방에 효과적이며, 부종과 저림 증상 완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미국 미주리대학교 생리학과 연구진에 따르면 다리 떨기가 장시간 앉은 자세로 인한 하지 혈관 기능 저하를 예방할 수 있다. 연구진은 실험을 통해 11명의 건강한 젊은 성인을 대상으로 3시간 동안 앉아있을 때, 한쪽 다리는 1분간 떨고 4분간 쉬는 간격으로 반복적으로 움직이게 했고, 반대쪽 다리는 정지 상태를 유지하게 했다.
그 결과, 움직이지 않은 다리에서는 내피 의존성 혈관 확장 기능(flow-mediated dilation, FMD)이 실험 전 대비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반면, 다리 떨기 자극을 준 쪽 다리에서는 내피 기능의 저하가 관찰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를 통해 규칙적인 다리 떨기가 슬와동맥의 혈류 속도를 유지시켜 좌식 환경에서 발생하는 국소적 혈관 기능 저하를 완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논문에 따르면 이때의 움직임 강도는 무의식적인 미세 활동에 가까운 형태로 정의했다. 연구진은 “고강도의 유산소 운동 없이도 국소 혈류 자극만으로 내피 기능 저하를 억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2015년 영국 레스터대학교와 유니버시티컬리지런던(UCL) 연구진은 1만 4,000여 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앉아있는 동안 다리를 떠는 습관이 있는 집단에서 조기 사망률이 낮게 나타났다는 결과를 ‘American Journal of Preventive Medicine’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다리 떨기와 같은 미세한 움직임(fidgeting)은 혈류를 개선하고 신체 활동량을 소폭 증가시키기 때문에 장시간 앉아있는 것의 부정적인 영향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는 다리 떨기가 단순한 습관을 넘어 건강상 이점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인구 집단 차원에서 입증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에너지 소비량 16.3% 증가
다리를 떠는 것은 별도의 운동 없이도 칼로리를 소모할 수 있는 방법이다. 특히 앉아있는 동안 다리를 떨면 하체 근육이 활성화되어 에너지 소비가 증가하고, 이는 체중 관리와 대사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스트레스나 긴장 상태에서 무의식적으로 나타나는 행동으로, 자율신경계를 안정시키고 심리적 긴장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는 집중력 향상과 불안 감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일상생활에서의 정신적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
‘Journal of Diabetes’에 따르면 다리를 떠는 행동은 앉아있을 때보다 에너지 소비량을 평균 16.3% 증가시킨다. 해당 연구는 건강한 성인 15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20분간 다리를 떨었을 때 탄수화물 산화율, 호흡률, 혈중 산소포화도가 모두 유의하게 상승한 반면, 심박수나 혈압 변화는 거의 없었다.
특히 다리 떨기 중 종아리 근육이 활성화되면서도 피로 누적은 관찰되지 않았고, 다리 떨기의 빈도와 하체 근육량이 높을수록 에너지 소비 효과도 더 크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단순하고 반복적인 이 행동이 좌식 환경에서 실질적인 대사 활성화 효과를 줄 수 있다”며, 다리 떨기를 일상 속 ‘저강도 신체활동’의 하나로 활용할 수 있다고 짚었다.
두영준 기자 mknews@mk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