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Health

“음주 문제‧정신장애, 같은 유전자 공유”

By 2025년 06월 20일No Comments

술 문제와 정신질환이 서로 깊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유전자 분석을 통해 확인됐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명우재 교수 연구팀이 음주 문제와 정신질환이 유전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다인종 43만 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전장 유전체 연관 분석(GWAS)’을 통해 두 질환 사이의 공통된 유전적 구조를 확인했다.

▷ 사진: 게티이미지프로

스트레스 해소용 음주오히려 증상 악화시켜
GWAS는 사람의 유전체 전반에 걸친 유전변이를 조사하고 음주·흡연 등 행동특성이나 조현병·우울장애 등 특정질환과 연관된 유전자를 찾는 분석 기법이다.

연구결과 알코올 의존, 폭음 등 음주 문제와 정신장애는 높은 유전적 연관성을 보였다. 음주 문제가 조현병과는 73%, 신경성식욕부진증과는 65%, 자폐스펙트럼장애와는 60%, 양극성장애와는 50%,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ADHD)와는 46%, 우울장애와는 39%의 공통된 유전변이를 공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음주 문제와 정신장애가 단순히 생활습관이나 환경적 요인을 넘어서 공통된 유전적 기반 위에서 발현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강한 유전적 상관관계를 바탕으로 이 두 질환에 공통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유전자 후보들을 좁혀 나간 결과 ‘TTC12’와 ‘ANKK1’이라는 유전자가 공통 원인 유전자임을 밝혀냈다. 두 유전자는 도파민 시스템을 조절하는 요소로 충동 조절이나 보상 시스템과 같은 뇌 기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는 단순한 유전적 연관성을 넘어 음주 문제나 정신장애에 대한 표적 치료의 근거가 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더욱이 이번 연구결과는 음주 문제와 정신장애가 독립된 문제가 아니라 유전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를 제시함으로써 정밀의료 기반 맞춤형 치료 전략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명우재 교수는 “많은 정신장애 환자들이 정신적 고통을 해소하기 위해 음주를 선택하지만 오히려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이번 연구는 음주 문제와 정신장애를 동시에 겪고 있는 환자들을 위한 치료제의 새로운 기전을 제시했다는 사실에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삼성서울병원 원홍희 교수는 “이번 연구는 대규모 유전체 분석 데이터와 최신 통계기법을 활용해 복합 질환 간 유전적 관계를 구체적으로 규명했다”며 “이 같은 연구 방향은 다양한 질환 간 유전적 연관성을 심층적으로 분석할 뿐만 아니라 이러한 관계를 고려한 최적의 치료법 개발에도 상당 부분 기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연구는 SCI(E)에 등재된 국제 학술지인 ‘American Journal of Psy­chiatry(IF. 15.1)’에 게재됐다.


건강 생각한다면 
절주보다는 금주해야
하루 한두 잔의 술은 혈액 순환을 돕고 심혈관 질환 예방에 좋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전문가들도 과거에는 하루 두 잔을 넘기지 않는 절주를 권장해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절주보다 금주를 적극 권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국제암연구소 연구에 따르면, 하루 1~2잔의 소량 음주만으로도 구강암, 식도암, 유방암, 간암 등의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보건복지부도 기존 암 예방지침을 2016년 3월부터 변경했다.

기존 지침은 하루 2잔 이내의 음주는 허용하는 형태였지만, 변경된 지침은 ‘암 예방을 위하여 하루 한두 잔의 소량 음주도 피하기’로 바뀌었다. 이는 암 발생에 있어 적정 음주량은 없으며, 한 잔의 술도 암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를 반영한 것이다.

음주는 전 세계적으로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문제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일부 심혈관 질환에 대해서는 소량 음주가 예방 효과를 보일 수 있다는 연구도 있지만, 과도한 음주는 건강에 전반적으로 해로운 영향을 준다.

세계보건기구(WHO) 보고서에 따르면 60가지 이상의 질병이 음주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알코올 중독, 음주운전, 음주 관련 폭력 행위 등 사회적·정신적 문제도 음주와 함께 유발될 수 있다.


건강을 위해서라면 술을 마시지 않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현실적으로 쉬운 것은 아니다. 건강한 음주문화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적정 음주가 어느 정도인지 숙지하고, 일주일 기준으로 얼마나 마실 것인지 목표를 정하는 것이 좋다. ‘덜 마시고, 천천히 마시며, 강요하지 않는 문화’가 현실적인 건강한 음주인 셈이다.


무알코올 술은 괜찮을까
?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알코올 함량 1% 이상이면 ‘주류’, 1% 미만이면 ‘음료’로 분류할 수 있다. ‘무알코올’ 맥주는 알코올이 전혀 들어있지 않다는 것이고, ‘논알코올(비알코올)’은 1% 미만이 들어있다는 뜻이다.

통상 제품에 ‘0.00’으로 표기된 제품은 무알코올, ‘0.0’으로 표기 제품은 논알코올로 분류된다. 비알코올, 무알코올 음료 모두 법적으로 성인용 음료로 분류돼 있어서 어린이·청소년들이 술에 대한 호기심으로 구매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임산부나 알코올 섭취를 원하지 않는 경우 ‘무알코올’로 표시된 음료를 선택해야 한다.

무알코올, 논알코올 맥주는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사람, 운전을 해야하는 사람, 건강을 챙기는 사람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제품은 알코올 함량을 낮추거나 없앤 대신 당의 함량이 높기 때문에 적정량 섭취하는 것이 좋다.

그런데 알코올이 들어 있지 않은 맥주를 마신 채 운전을 하면 음주운전일까? 현행법상 혈중알코올농도가 0.03% 이상이면 음주운전으로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무알코올 맥주는 알코올이 전혀 없기 때문에 음주운전 측정 단속에 걸리지 않는다.

 

두영준 기자 mknews@mknews.co.kr

공유하기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