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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th

상추, 항염·항당뇨부터 신경 안정·디톡스까지

By 2025년 07월 18일No Comments

여름이면 유독 상추가 당긴다. 무더운 날씨에 잃어버린 입맛을 되찾아주는 채소로 상추만큼 효과적인 것도 드물다. 쌈채소로만 알려진 상추는 사실 고대 이집트의 피라미드 벽화에도 등장할 만큼 유서 깊은 채소다.

▷ 사진: 게티이미지프로

고려시대, 실향의 슬픔 달래준 상추

상추는 동양에서 약초로 사용되기도 했고, 고려시대에는 ‘천금채(千金菜)’라 불리며 귀하게 여겨졌다. 한국민족문화백과대사전에 따르면, 원나라로 끌려간 고려 출신의 궁녀들이 궁중의 뜰에 상추를 심어 밥을 싸서 먹으며 실향의 슬픔을 달랬고, 이를 눈여겨 보던 몽고 사람들 사이에서도 유행하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원나라 시인 양윤부(楊允孚)가 기록한 《원궁사(元宮詞)》의 <난언잡영(.言雜詠)>에서 “해당화는 꽃이 붉어 좋고 살구는 누래서 보기 좋구나, 더 좋은 것은 고려의 상추로서 마고의 향기보다 그윽하구려”라는 시를 읊고, 고려 사람들은 날채소에 밥을 싸서 먹는다는 자주(自註)를 달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의 상추는 질이 좋아 중국에서 고가로 팔리기도 하였다. 중국문헌인 ≪천록지여(天祿識餘)≫에도 고려의 상추는 질이 매우 좋아서 고려 사신이 가져온 상추씨앗은 천금을 주어야만 얻을 수 있다고 해서, 천금채라 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항염·항당뇨에 좋은 물질 풍부

이처럼 유서 깊은 상추의 숨은 영양학적 가치가 다시 조명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최근 식생활영양과와 14개 기관이 공동으로 수행한 ‘K-농식품 자원 특수기능 성분 정보 구축사업’의 일환으로 국내 재배 상추에 존재하는 페놀화합물에 대한 정밀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청색 잎상추, 적색 잎상추, 적꽃상추, 적포기상추, 적로메인상추, 양상추 등 6종을 첨단 정밀 분석기법으로 조사했다. 분석 결과 총 30종의 페놀화합물 유도체가 검출됐으며, 이 중 6종은 세계 최초로 상추에서 확인된 성분으로 보고됐다.

페놀화합물 함량은 생체중량 기준 100g 당 595.3mg으로, 양상추(14.1mg)보다 약 42배 가까이 높은 수치를 보였다. 특히 적색 잎상추의 페놀화합물에는 플라보노이드, 페놀산, 안토시아닌이 골고루 분포돼 있었으며, 주요 성분으로는 퀘르세틴 3-O-말로닐글루코사이드, 치코르산, 이소클로로젠산 A 등이 포함돼 있다.

이 성분들은 이미 과거 다양한 연구에서 항산화, 항염증, 항당뇨, 콜레스테롤 저하 등의 효과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 새롭게 상추에서 확인된 퀘르세틴 다이글루코사이드, 클로로겐산 메틸에스터 등은 기능성 원료로서의 가능성을 크게 확장시키고 있다.

페놀화합물 총량 면에서도 적색 상추 4종은 청색 잎상추에 비해 1.1~3배 이상 높았으며, 양상추는 모든 항목에서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농촌진흥청 식생활영양과 유선미 과장은 “이번 연구로 상추가 단순한 쌈 채소가 아닌 일상 식탁에서 즐길 수 있는 건강 지킴이 농산물임이 확인됐다”며, “이 연구 결과가 국민 섭취량 평가와 고기능성 품종 육성, 관련 식품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요한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경 안정·불면증 완화·임산부 건강에 탁월

상추의 효능은 페놀화합물뿐만이 아니다. 전통 의학서인 ‘동의보감’에서는 상추를 “근육과 뼈를 튼튼하게 하고 오장의 기운을 고르게 하여 머리를 맑게 한다”고 적혀있다. 실제로 상추에는 락투신과 락투카리움 등 신경 안정 작용을 하는 성분이 다량 함유돼 있다. 줄기에서 나오는 하얀 진액 속에 있는 이 성분들은 멜라토닌과 함께 불면증 해소, 스트레스 완화에 도움을 준다. ‘점심에 상추 먹지 마라’는 이야기는 졸음을 유발할 수 있는 생리작용을 경고하는 옛 지혜였던 셈.

또한 상추는 천연 디톡스 식품이기도 하다. 풍부한 칼륨이 청혈(혈액 내 독소, 지방, 노폐물을 제거해 혈액을 맑게 하는 과정) 작용을 하여 혈액을 맑게 하고, 알코올 분해 부산물 배출을 도와 숙취 해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여기에 임산부에게 필수적인 철분, 칼슘, 엽산까지 고루 들어 있어 모유 수유를 돕고 빈혈 및 골다공증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특히 엽산은 기형아 예방과 태아 발달에 필수적인 성분으로, 임신을 준비하는 여성에게 중요한 영양소다.

또한 수분 함량이 95%에 달하는 상추는 섬유소도 풍부해 변비 예방과 신진대사 촉진에도 유리하다. 비타민A와 C, 루테인 등 피부 미백 및 피로 회복에도 도움을 주는 성분들 역시 다량 포함돼 있다.

올바른 상추 보관법

상추는 담백하면서도 쌉싸래한 특유의 맛이 있어 더위에 지친 식욕을 돋운다. 특히 단백질 식품과 궁합이 맞아 생선, 고기, 두부 등 무엇을 싸 먹어도 맛이 있다.

또, 오징어 튀김을 싸먹는 전라도의 ‘상추튀김’ 같은 지역 간식부터 드레싱을 얹은 샐러드, 겉절이, 양식 요리까지 다양한 레시피에 응용되는 식재료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단백질 식품과 찰떡궁합을 이루며 고기, 생선, 두부 등과 함께 먹었을 때 맛과 영양이 극대화된다. 부드러우면서도 아삭한 식감은 여름철 식욕을 자극하고, 시원한 청량감을 준다.

활용이 늘면서 보관법도 중요해지고 있다. 상추는 수분 유지가 관건이다. 흐르는 물에 세척한 후 얼음 탄산수에 담그면 잔류 농약 제거는 물론 신선한 식감까지 유지할 수 있다. 냉장 보관 시에는 비닐봉지보다 밀폐 용기에 넣거나, 수분 케어 기능이 있는 채소 보관 전용 칸에 넣는 것이 좋다.

 

두영준 기자 mknews@m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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