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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의 그늘 속, 다시 뛰는 네트워크 마케팅

By 2025년 12월 29일No Comments

국내 네트워크 마케팅 산업이 엔데믹 이후 장기 침체의 터널을 지나며 분기점에 서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국내 다단계판매 산업 통계에 따르면, 2022년 5조 4,166억 원으로 정점을 찍었던 업계 총매출은 2023년 4조 9,606억 원, 2024년 4조 5,373억 원으로 2년 사이 약 8.5% 감소했다. 판매원 규모 역시 2018년 903만 명에서 2024년 687만 명으로 줄었다.

한때 ‘불황형 산업’으로 불리며 경제 침체기마다 성장세를 보이던 업계가 이제는 소비 위축, 제도 경직성, 산업 인식의 변화 등 복합적 요인 속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는 상황에 놓여 있다. 업계 내부에서는 “지금의 흐름은 단순한 경기순환이 아니라 산업 생태계 전반을 재설계해야 하는 구조적 변화”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기침체와 소비 변화, 그리고 규제의 한계

국내외 경기 둔화, 고금리·고물가로 인한 가계 부담은 소비 패턴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팬데믹 시기 건강기능식품과 위생용품 중심으로 폭발적 수요가 발생했지만, 엔데믹 이후 “지출의 생활화”와 “실속 소비”가 주요 키워드로 자리 잡으며 직접판매 제품은 필수 지출 영역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특히 물가 상승률에 비해 소득 증가가 따라가지 못한 탓에, 소비자는 구매 전 ROI(투자 대비 효용)를 더 엄격하게 따지게 됐고, 단순 브랜드 이미지나 구전 중심의 판매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 구조로 바뀌었다.

하지만 업계 침체의 본질적인 문제는 외부 환경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 업계 관계자들은 오래된 법·제도 틀이 산업의 역동성을 제한한다고 지적한다.

네트워크 마케팅은 국내 도입 초기 신유통 모델로 불릴 만큼 혁신적이었다. 온라인 쇼핑몰도 생소하던 시절, 주문·결제·배송·교육 등 전 과정이 디지털 기반으로 운영되었고, 개인 브랜드를 기반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는 당시 자영업 트렌드와 비교해도 매우 진보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오히려 타 산업 대비 가장 강도 높은 규제로 묶여 있다.

대표적 규제는 ▲후원수당 35% 상한선 ▲판매원 등록 후 3개월 내 청약철회 ▲개별 재화가격 상한 ▲부업·알바 등 홍보 문구 금지 등으로, 이들 조항은 20~30년 전에 만들어진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한 업체 대표는 현실의 답답함을 이렇게 설명했다.

“모든 산업이 플랫폼 기반으로 확장되고 정부가 ‘부업 활성화’ 정책을 이야기하는 시대다. 그런데 네트워크 마케팅은 ‘부업’이라는 말도 못 쓴다. 20년 전 사고방식이 그대로 규정에 남아 있습니다. 산업의 진화를 막는 가장 큰 벽이다.”

특히 개별 재화가격 제한은 고기능 장비, 디바이스 중심의 제품 개발을 저해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서도 뒤처지는 결과를 낳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 대만 등은 고가 프리미엄 제품 중심의 시장으로 전환했지만 한국은 규제 때문에 동일한 시장 접근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제품 포트폴리오 전환과 브랜드 리포지셔닝

그럼에도 기업들은 규제와 환경 변화 속에서 생존 전략을 찾아 나가고 있다. 현재 업계의 핵심 전환 키워드는 ▲제품 혁신 ▲포트폴리오 확장 ▲브랜드 리포지셔닝이다.

애터미는 ‘절대품질·절대가격’ 전략을 넘어 기능성 표시 식품, 색조 화장품, 뷰티 디바이스 등으로 확장하며 생활 전반을 아우르는 브랜드로 재정의되고 있다. 최근 출시한 ‘헤모힘 샷’은 건강기능식품이 아닌 기능성 표시 식품이라는 점에서 규제 환경을 활용한 전략적 제품으로 평가된다. 기존 건강기능식품 섭취를 부담스러워하던 소비층까지 포섭하며, ‘일상 속 활력 케어’ 카테고리를 강화했다.

더클라세움은 ‘고가 패키지 중심의 전통 판매 구조’를 탈피해 구독경제 모델을 적극 도입했다. 생필품 중심의 정기배송 서비스는 진입장벽을 낮추는 동시에 재구매율을 높여 장기적인 시장 기반을 확장한다.

특히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 증가로 ‘작게·빠르게’ 소비가 당연해진 환경을 반영해, 기존 네트워크 마케팅이 놓쳤던 MZ·Z세대 소비 패턴을 흡수하고 있다.

댄다코리아는 거점 라운지를 통한 체험형 오프라인 전략을 강화한다. 서울, 대전, 부산 등 주요 도시 라운지에서 교육, 제품 체험, 세미나를 정기적으로 운영하며 ‘현장 경험’의 가치를 다시 부각했다. SNS에는 파트너 후기, 현장 클래스·제품 리뷰 콘텐츠를 꾸준히 업로드하며 온라인-오프라인 융합 모델로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방문판매 부문은 AI·디지털 기반 상담 시스템을 강화하며 ‘기술 결합형 직접판매’ 모델을 정착시키고 있다. AI 피부진단, 맞춤형 파운데이션 제조, 모바일 홈케어 솔루션 등 기술과 경험을 결합한 서비스는 전통적 방문판매의 한계를 넘어 산업 이미지 개선에도 기여한다.

전문가들은 “네트워크 마케팅 기업이 더 이상 조직 내부 소비에 의존해선 안 된다”며 “제품이 일반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춰야 생존 가능성이 생긴다”고 분석한다.

구조조정과 디지털 전환, ‘효율의 시대개막

업계는 팬데믹을 기점으로 빠르게 디지털 중심 운영 모델로 전환하고 있다.

대규모 행사는 온라인 라이브 세미나로 대신하고, 해외 인센티브 여행 대신 콘텐츠 중심의 온라인 교육 플랫폼이 일반화되고 있다. 이는 비용 절감뿐 아니라 판매원과 소비자의 접근성 향상이라는 긍정적 효과도 함께 가져왔다.

AI 챗봇, CRM, 데이터 분석 솔루션 도입은 고객 상담·주문 처리·재고 관리 등을 자동화해 인적 리소스를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게 한다.

특히 판매원 활동 패턴 분석을 바탕으로 제공되는 ‘맞춤형 활동 코칭’은 경험이 부족한 신규 판매원의 초기 성과를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조직의 이탈률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10년 전만 해도 업계의 핵심은 ‘조직 관리 능력’이었지만, 지금은 완전히 다르다. 데이터를 읽고 활용하는 기업만 살아남는다. 효율의 차이가 생존의 차이가 된다”고 지적했다.

해외 기업들은 이미 디지털 기반 판매 모델로 전환해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세를 만들고 있다. 미국과 동남아 시장에서는 라이브 커머스형 직접판매가 확대되고 있으며, 일본 시장에서는 구독 기반의 제품 모델이 네트워크 마케팅과 결합해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만들고 있다.

국내 기업 역시 이러한 글로벌 흐름을 벤치마킹하며 빠르게 구조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산업이 다시 뛰기 위해 필요한 것들

제품 혁신과 디지털 전환은 기본일 뿐, 산업 도약을 위해 해결해야 할 본질적 과제는 따로 있다. 바로 신뢰 회복, 세대교체, 투명성 강화, 제도 개선이다.

첫째, 소비자 신뢰 회복이 핵심이다. 후원수당 구조와 리스크 요소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소비자 보호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

둘째, 고령화된 조직 구조를 디지털 친화적 젊은 세대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 젊은 세대는 직접판매를 단순한 ‘부업’이 아니라 취향, 자기표현, 커뮤니티 활동이 결합된 경제활동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이를 이해한 기업만이 새로운 시장을 열 수 있다.

셋째, 산업 현실과 동떨어진 규제는 점진적 개선이 필요하다. 단순 완화가 아니라, 소비자 보호는 강화하면서도 산업 발전을 뒷받침하는 균형 잡힌 정책이 요구된다.

기존 리더 중심 구조에 안주할 경우, 산업은 변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라는 경고도 나온다.

업계의 한 중견기업 임원은 “지금의 위기는 매출 하락이 아니라 패러다임 전환의 신호”라며 “신뢰·투명성·혁신을 잡지 못하면 다음 도약은 없다”고 말한다.

새로운 리듬을 찾아서

2025년 국내 네트워크 마케팅 산업은 조용하지만 분명한 ‘변곡점’을 지났다. 지난 몇 년간 글로벌 경기 둔화와 소비 심리 위축, 유통 채널 간 경쟁 심화가 동시에 겹치며 업계 전반에는 ‘정체의 공기’가 짙게 깔렸다. 많은 기업들이 기존 구조의 한계에 부딪히면서, 성장의 동력은 한순간에 멈춘 듯 보였다. 그러나 이 정체는 단순한 침체가 아니라, 무엇을 버리고 어떤 방향으로 재편해야 하는지 스스로 묻는 ‘과도기’에 더 가깝다.

실제로 여러 기업들은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체질 개선을 진행해왔다. 브랜드 리브랜딩을 통해 오래된 이미지를 벗고 새로운 가치를 제시하려는 시도, 데이터 기반의 디지털 운영 체계 도입, 글로벌 규제 기준에 맞춘 제품 혁신, 그리고 체험·구독 모델과 같은 비(非)전통형 유통 방식의 확장이 동시에 일어나며 변화의 속도는 빠르고, 방향은 분명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업들은 단순히 ‘제품을 잘 파는 방식’을 고민하는 것을 넘어, 산업 전체가 어떤 형태로 다시 태어나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 답하기 시작했다.

소비자 중심의 투명성, 판매원의 전문성 강화, 디지털 기반의 공정한 보상 구조 등 그동안 산업이 외면했던 가치들이 하나씩 제자리를 찾기 시작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여전히 침체의 그림자는 길고 깊다. 특히 신뢰가 일부 훼손된 시장에서는 규제가 강화되고, 소비자의 기대 수준은 더 높아졌으며, 브랜드 세대교체가 더욱 가속화됐다. 이 흐름 속에서 기존 방식에 집착한 기업들은 점차 존재감을 잃는 반면, 구조를 재편하고 방향을 전환한 기업들은 오히려 새로운 기회를 발견하고 있다.

이 ‘전환의 시대’는 누가 더 큰 기업이냐가 아니라, 누가 더 정확한 질문을 던지고 그에 맞는 전략을 실행하느냐의 싸움으로 이동했다.

오늘날 네트워크 마케팅이 다시 뛰어야 할 이유는 명확하다. 이 산업은 처음부터 ‘관계’를 기반으로 발전해왔다. 시대가 바뀌어 관계의 방식이 변했을 뿐,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믿을 만한 브랜드, 과학적 근거가 명확한 제품, 투명한 운영, 책임 있는 커뮤니티가 다시 주목받는 지금, 산업은 그 본래의 강점을 되찾을 수 있는 지점에 서 있다.

따라서 새로운 시대의 네트워크 마케팅은 단순히 매출을 늘리는 일이 아니라 신뢰를 복원하는 일이 되어야 한다.

소비자에게는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브랜드를, 판매원에게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직업적 기반을, 사회에는 산업의 역할과 가치를 재정립한 모습을 되돌려주는 일, 그것이 바로 산업이 다시 뛰어야 하는 이유이자, 지속 가능한 미래를 여는 새로운 리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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