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t Check
지난 2020년 4월 15일 총선을 통해 선출한 국회의원으로 구성된 대한민국의 21대 국회가 5월 29일로 임기가 만료됐다. 21대 국회는 2020년 6월 5일 2004년 제17대 국회 이후 가장 이른 시일이자 오랜만에 법정 시한을 지켜서 개원하며 입법 업무를 시작했지만, 4년의 시간동안 직접판매업계 종사자들의 숙원인 방문판매법 개정은 또다시 외면받고 말았다.
에디터 _ 최민호
방판법 처리 5건에 불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20년 5월부터 올해 5월까지 4년간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 2만 5,830건 중 처리된 법안은 9,455건이다. 나머지 1만 6,375건은 자동 폐기됐다. 결국, 법안 처리율도 36.6%에 불과했다. 역대 최저 수준이다.
21대 국회 이전에 법안 처리율이 가장 낮았던 것은 20대 국회였다. 20대 국회에서는 발의된 2만 4,141건의 법안 중 1만 5,002건이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20대 국회 법안 처리율은 37.9%, 19대 국회는 45%였다.
지난 제21대 국회 임기 동안 방문판매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은 모두 19건이다. 하지만 법안이 처리된 것은 5건에 불과하다. 20대 국회에서 처리된 6건보다 오히려 줄어들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처리된 방문판매법 6건 중 직접판매업계와 직접적인 관련 있는 법안은 지난 2016년 12월 김도읍 의원이 대표 발의한 동일한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과징금과 과태료를 병과하지 않도록 하는 개정안뿐이었다. 그런데 21대 국회도 상황이 비슷하다.
처리 법안을 살펴보면, 정부에서 발의한 방문판매법 개정안은 방문판매업자가 폐업할 때 절차 간소화는 폐업 신고 때 신고서에 신고증 분실·훼손 사유를 기재하는 경우 신고증 제출의무를 대체토록 했다. 또한, 서면으로만 할 수 있던 위법 다단계 관련 침해정지 요청을 전자문서로도 가능토록 내용이 수정됐다.
윤창현 의원(국민의힘)의 방판법, 가맹사업법 등 8개 경쟁법에 동의의결제를 도입한 법안의 경우, 사업자가 스스로 소비자 피해구제, 원상회복 등 타당한 시정방안을 제안하고 공정거래위원회가 이해 관계자 등의 의견 수렴을 거쳐 그 타당성을 인정하는 경우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신속하게 종결하는 제도다.
김교흥(더불어민주당), 김희곤(국민의힘)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2건의 개정안을 통합 조정한 후원방문판매의 온라인 영업 허용 관련 방문판매법 개정안은 전자거래방식의 후원방문판매를 허용하되 전자거래 방식의 재화 판매 시에는 다단계판매 방식에 적용되는 의무사항을 적용한다. 소비자피해보상보험계약 체결 의무화, 후원수당 지급총액 제한, 개별재화 가격 제한 규정이 모두 적용되는 것이다.
이외 법안은 대부분 금융투자상품을 방문판매법 적용에서 제외하는 방안이다. 사실상 직판업계와 동떨어진 법안인 셈이다.
더 암울한 22대 국회
공정위는 다단계판매업과 후원방문판매업 개별재화 가격 제한을 160만 원에서 200만 원으로 올리고, 후원수당 산정 및 지급 기준의 변경이 일시적으로 이뤄지는 경우 통지의무를 면제하는 내용을 담은 방문판매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공정위는 “2012년 개정 이후 유지됐던 160만 원 수준의 가격제한에 대해 최근의 급격한 물가상승 등 사회·경제적 변화를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방문판매법 시행령 개정안에는 후원수당 산정 및 지급 기준의 변경이 일시적으로 이뤄지는 경우 통지의무를 면제하는 내용도 담겼다. 업계에서는 해당 개정안에 대해 전반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오랜만에 업계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방문판매법 개정안이 21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여전하다.
대표적인 것이 김희곤 의원(국민의힘)의 법정 후원수당 지급률 38% 상향이 포함된 방문판매법 개정안이다. 김희곤 의원은 지난해 4월 27일 법정 후원수당 지급률을 38%로 올리고, 개별재화 가격 상한을 매년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해 조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 방문판매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며 직접판매업계의 환영을 받았다. 그러나 이 개정안은 지난해 6월 15일 정무위원회에 상정된 이후 감감무소식이다. 법안 처리의 첫 문턱인 정무위원회 회의도 넘지 못했다.
더욱 우울한 소식은 대표 발의했던 김희곤 의원이 부산 동래구 경선에서 탈락하며 제22대 국회에 입성이 불발된 것이다. 이외에도 전봉민 의원(무등록 다단계·후원방판 등 처벌 범위 ‘개설·관리 또는 운영한 자’에서 ‘가담한 판매원’까지 확대 발의), 전해철 의원(징수한 과징금, 소비자피해보상기금 지원 용도로 사용한다는 조항 신설 발의), 이명수 의원(홍보관·체험방 등 특설판매 명확히 규정 발의) 등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던 의원들도 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줄줄이 낙선했다.
우리나라 다른 산업들은 시장 활성화를 위해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있지만, 방문판매법은 수차례 개정을 거치며 오히려 각종 규제가 생겨났다. 민주주의라는 정치적 이념과 함께 대한민국의 근간인 자유시장 경제에서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 합법적인 산업에서 35% 지급 한도라는 후원 수당이 재검토 없이 장기간 유지되고 있다. 30년이 넘은 방문판매법이 시대 변화의 흐름에 역행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21대 국회에서도 직접판매업계 종사자들이 진정 바라는 개정안은 통과되지 못했다. 이제 다시 22대 국회에서 기약 없는 기다림을 반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