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K-뷰티 시장

지난해 K-뷰티는 미국 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냈다. 2024년 한국은 미국 화장품 수입 시장에서 오랜 기간 1위를 지켜온 프랑스를 제치고 선두에 올랐다. 미국 시장에서 K-뷰티 붐을 일으킨 지 10여 년 만이다. 한국 화장품 대미 수출은 2,416만 달러(한화 약 337억 원)를 기록한 2006년 이후 지속적인 증가세를 이어왔다. 마스크팩과 BB 크림, 달팽이 크림 같은 특정 제품이 미국 시장에서 크게 주목을 받으며 미 소비자들에게 존재감을 알린 K-뷰티는 새롭고 혁신적인 제품을 찾는 MZ세대를 공략하며 입지를 넓혀 나갔다.
지난해 한국의 화장품 대미 수출 규모는 전년 대비 54.3% 증가한 17억 100만 달러(한화 약 2조 3,759억 원)를 기록했다. 미국 화장품 수입 시장 점유율은 전년보다 5.9%포인트 상승한 22.4%로 나타났다. 한국 화장품이 미 수입 시장에서 1위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랜 라이벌인 프랑스는 수출액이 전년 대비 9.6% 증가하는 데 그쳐 12억 6,300만 달러(한화 약 1조 7,617억 원)를 기록, 한국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온라인 유통 채널 강화 전략의 성공
최근 몇 년간 K-뷰티가 미국 시장에서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인 배경에는, 온라인 유통 채널을 통한 진출 확대가 핵심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2020년 미국의 뷰티.퍼스널케어 제품의 온라인 판매 비중은 전년 대비 9%포인트 넘게 증가한 26.2%를 기록했다. 이후 온라인 매출 비중은 꾸준히 늘어 지난 2023년 29%까지 성장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K-뷰티 브랜드들이 아마존 플랫폼을 효과적으로 이용해 미국 시장에 진출한 것이 중요한 성공전략이 됐다고 전했다.
모건스탠리는 오는 2025년까지 뷰티 부분에서 아마존의 시장 점유율은 14.5%로 증가해 월마트를 따라잡을 것으로 예상했다. 연회비 지불 고객에게 최저 주문금액 없이 이틀 만에 배송을 완료하는 편리성과 오픈마켓 방식을 통한 선택의 다양성, 실제 사용자의 리뷰 확인이 가능하다는 점은 뷰티 소비자에게 큰 매력으로 작용한다. CIRP의 아마존 프라임 회원 수 추정치는 2024년 현재 1억 8,010만 명으로 미국 소비자의 75%에 이른다.
아마존에서 K-뷰티 제품을 판매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KOTRA 뉴욕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대형 소매업체 입점은 미국 시장에서 인지도가 낮은 소규모 K-뷰티 브랜드에게 진입장벽이 높으나 아마존 입점은 비교적 간단하다”며 “아마존 입점과 관련 한국 정부 차원의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이 있고, 아마존 자체적으로도 K-뷰티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지원을 강화하고 있어 중소 브랜드들의 진출 기회가 더욱 확대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4월 11일 현재 미국 아마존 사이트에서 스킨케어 베스트셀러 50개 제품 가운데 10개가 한국산 제품으로 조사됐다.
아마존 플랫폼에서 성공한 대표적인 K-뷰티 브랜드로는 코스알엑스(COSRX)와 조선미녀를 꼽을 수 있다. 두 브랜드 모두 아마존에서 큰 화제를 모으며 일부 제품이 매진되기도 했다. 높은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이 소비자 만족도로 이어진 덕분이다. 아마존에서 성공은 미국 시장에서 유통망을 넓히고, 브랜드 입지를 다지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
이밖에 올리브영 글로벌, 예스스타일 등 직구 플랫폼과 오롤리(Ohlolly), 스킨 큐피드(Skin Cupid) 같은 K-뷰티 전문 온라인 쇼핑몰, 코스트코, 타겟 등 미 대형 소매업체들도 온라인 채널을 통해 한국 화장품을 판매 중이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과거보다 K-뷰티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채널이 더욱 다양해지고 강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인디 뷰티 브랜드 트렌드와 소셜미디어의 파워
인디 뷰티(Indie Beauty) 브랜드는 인지도가 높은 메이저 브랜드가 아닌 독립적으로 태생해 독특한 브랜드 스토리와 철학, 개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브랜드 인지도보다 새롭고 혁신적인 제품을 찾는 MZ세대를 중심으로 인디 뷰티 시장은 최근 수년간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닐슨IQ가 지난 2023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인디 뷰티 브랜드는 가파른 성장을 기반으로 뷰티 시장의 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며, 시장 규모는 305억 달러(한화 약 42조 5,627억 원)로 전체 뷰티 카테고리의 32%를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인디 뷰티 매출의 연간 성장률이 15.7%로, 같은 기간 전체 뷰티 매출 증가율 9.9%를 상회했다고 전했다.
인디 뷰티 브랜드에 대한 높은 관심도는 미국 시장 내에서 K-뷰티가 주목받는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간 뷰티 시장에서 보지 못했던 참신한 제품이 미국 소비자들의 니즈에 부합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시장에서 압도적인 강세를 보이고 있는 K-뷰티 스킨케어 제품은 혁신적인 기술이나 기능성 성분을 강조하고, 동시에 피부에 큰 자극을 주지 않는다는 점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높게 평가되고 있다. 또 지속 가능한 뷰티나 사용자 편의 기반의 패키징 등도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미 뷰티 시장 내에서 K-뷰티가 주목받는 이유로 꼽힌다.
소셜미디어도 K-뷰티 성공 전략의 큰 축이다. 한국 화장품은 틱톡이나 인스타그램, 레딧 등에서 자주 언급되는 단골 소재다. 소셜미디어 사용자들은 대중의 눈길을 끌 만한 새로운 제품을 소개하거나 사용 후기 등을 비디오나 사진을 통해 공개하며 유저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일반인의 제품 사용 후기가 입소문을 타면서 구매로 이어지고 있다. 또 미국 내에서도 소셜미디어와 쇼핑 플랫폼을 결합한 소셜 쇼핑 시장도 성장하고 있어 미국 내 K-뷰티 시장의 성장에 있어 소셜미디어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미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뷰티 시장으로 꼽힌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 2023년 미국 뷰티·퍼스널케어 제품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7.7% 성장한 1,191억 5,970만 달러(한화 약 166조 2,396억 원)에 이른다. 시장이 큰 만큼 전 세계 뷰티 브랜드의 치열한 각축장으로 여겨지는 미국에서 한국 화장품이 지속적인 성장을 통해 미 최대 수입국으로 부상한 것은 의미있는 성과다. 특히 중소브랜드가 주도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하다.
유로모니터는 미 뷰티·퍼스널케어 시장이 2023~2028년까지 연평균 8.3% 성장해 오는 2028년에는 1,290억 4,790만 달러(한화 약 180조 1,637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 화장품이 강세를 보이는 스킨케어 부분 매출은 동기간 연평균 13.4% 늘어 2028년에는 314억 9,170만 달러(한화 약 43조 9,592억 원)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은 시장 성장의 가능성이 높고, 소비자들 사이에서 K-뷰티에 대한 높은 호감도가 형성되어 있어 뷰티 업계에 매력도가 높은 곳이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고, 주요 교역국을 대상으로 한 상호관세 부과와 그 외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10%의 보편관세는 미 화장품 시장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미국 내 화장품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KOTRA 뉴욕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4월 2일 발표한 상호관세 조치가 90일 유예됐으나 90일 이후에는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25%의 상호관세는 확실히 화장품 유통업계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한국뿐 아니라 주요 화장품 수입국 대부분이 상호관세 부과 대상국이라 한국 화장품이 현 위치에서 가격 경쟁력이 크게 흔들릴 것으로 우려되지는 않는다”면서도 “관세 부과로 전반적인 미국 내 물가 상승 압박이 더욱 커지고 이는 소비 위축으로 이어져 화장품 시장의 수요 약화로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민호 기자fmnews@fm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