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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Spotlight 1

직접판매산업, AI와 마주하다

By 2025년 09월 26일No Comments

Spotlight I

전통적으로 직접판매(direct selling)는 사람 간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대면 상담과 제품 체험을 통해 신뢰를 구축하고, 판매와 리크루팅이 이루어지는 구조는 수십 년간 큰 변화를 겪지 않았다. 그러나 소비자 행동이 디지털화되고, 비대면 중심의 소비 문화가 확산되면서, 직접판매업계 역시 근본적인 변화를 맞고 있다. 바로 인공지능(AI)의 도입이다.

효율·혁신·신시장 창출 가속

AI의 등장은 일반인들의 생각보다 빨랐다. 1980년대 ‘전문가 시스템(Expert System)’이 제조·금융 분야에 등장하며 전통적인 산업에 첫 발을 들였다. 당시에는 제한된 연산능력과 데이터 부족으로 활용 범위가 협소했지만, 2010년대 클라우드와 빅데이터, 딥러닝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2020년대에 접어든 지금, AI는 제조·의료·금융·농업 등 산업의 근간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로 자리잡았다.

제조업 현장에서는 AI가 설비 상태를 실시간 분석해 고장을 예측하는 ‘예지정비’가 보편화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AI 기반 품질검사 시스템을 도입해 생산 라인의 불량률을 낮췄고, 글로벌 기업 GE는 설비 고장 가능성을 사전에 파악해 가동 중단 시간을 최소화하고 있다.

물류업계도 마찬가지다. AI는 재고 수요를 정밀 예측하고 물류 동선을 최적화해 인건비와 시간을 동시에 절감시킨다. 쿠팡의 AI 물류 알고리즘은 하루 수백만 건의 주문을 효율적으로 분류·배송하는 핵심 동력이다.

소매·유통업에서는 고객 데이터 분석을 통한 초개인화 서비스가 확산 중이다. 아마존과 쿠팡은 AI 추천 엔진으로 소비자별 맞춤형 제품을 제안하고, 이는 체류 시간과 구매 전환율을 동시에 끌어올리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대출 심사·금리 산정 과정이 변화했다.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는 소비 패턴, 거래 내역 등 비정형 데이터를 분석해 전통적인 신용등급 평가를 대체하는 방식으로 리스크를 관리한다.

의료 분야에서는 AI가 신약 후보물질 발굴 기간을 수년에서 수개월로 단축시키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 루닛과 뷰노는 AI 영상진단 기술을 앞세워 해외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콘텐츠 산업에서도 AI는 스토리보드 작성, 광고 이미지 제작, 영상 편집까지 자동화하며 제작비 절감과 창작 속도를 높이고 있다. 디즈니와 넷플릭스는 시청자 취향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콘텐츠를 기획하는 데 AI를 적극 활용 중이다.

뉴스킨코리아의 AI 로봇 ‘뉴리’

고객 응대·글로벌 사업 확장 위해 ‘챗봇’ 접목

국내 직접판매업계는 ‘AI 챗봇’을 적극 도입하며 디지털 전환 속도를 높였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대면 영업과 집합 설명회가 제한되자, 고객 접점을 온라인으로 전환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업계의 챗봇 도입은 2019년 뉴스킨코리아가 대구 경북 센터에 국내 최초로 챗봇을 연계한 음성 인식형 안내 및 주문을 동시에 지원하는 인공지능(AI) 로봇 ‘뉴리’를 선보이며 본격화됐다.

이후 2020년, 한국암웨이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 손잡고 AI 기반 챗봇과 디지털 고객 응대 시스템을 도입했으며, 2021년에는 애터미가 자체 챗봇 서비스를 개시했다. 애터미는 이듬해 다국어 챗봇까지 선보이며 해외 회원과의 소통 폭을 넓혔다.

이러한 흐름 뒤에는 비대면 시대의 고객 문의 폭증, 업무 효율성 제고 필요성, 글로벌 회원 증가라는 세 가지 요인이 자리한다.

특히 직접판매는 제품 구매·회원 가입·보상·후원 구조 등 절차가 복잡해 상담량이 많다. 챗봇은 반복 문의를 신속히 처리하고, 상담원은 고난도 문의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 인력 효율을 극대화했다.

실제로 챗봇 도입 후 업계에는 가시적인 변화가 나타났다. 우선 24시간 응대가 가능해지면서 야간·주말에도 고객 문의를 처리할 수 있게 됐다. 회원 가입 절차 안내, 제품 정보 검색, 배송 조회 등 단순 업무도 자동화됐다. 애터미처럼 다국어 챗봇을 운영하는 기업은 해외 회원이 현지 언어로 동일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직판 네트워크 확장과 직결된다. 여기에 챗봇 대화 로그를 분석해 고객 불만·관심 제품·자주 묻는 질문을 파악함으로써 제품 개발과 마케팅 전략 수립에 활용하며 데이터 기반 경영도 자리를 잡고 있다.

직접판매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

기존에는 단순 챗봇이나 상품 추천 시스템 등 제한적인 AI 기술만이 활용되었지만, 최근 들어 AI는 단순한 편의 기능을 넘어 직접판매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고객 맞춤형 추천, 감성 분석, 예측 분석, 콘텐츠 자동 생성 등 고도화된 AI 기술이 도입되면서 직접판매기업들은 비즈니스 전반에서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AI 기반 생성형 챗봇, AI 피부 진단·가상 메이크업 솔루션을 자사 온라인 플랫폼에 적용했다. 해당 기술은 CES 2025에서 혁신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고객 맞춤형 상담과 체험 자동화로 온라인 전환율 및 사용자 만족도 향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로 설립 37주년을 맞이한 코리아나화장품은 올해 초 ‘AI로 간다’라는 경영 지표를 발표했다. 경영방침은 신직판 AI 시스템 확보와 홍보‧마케팅강화로 매출 및 서비스 경쟁력을 제고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신직판에 AI 적용’은 코리아나화장품의 기존 방문 판매 영업 체제를 스마트폰 및 AI 영업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뜻이다. 코리아나화장품의 오랜 방문 판매 노하우를 온라인 시장에 이식해 방문 판매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겠다는 유학수 대표의 포부다.

코리아나화장품 유학수 대표는 “인터넷으로 연결된 방문판매 분야의 신시장을 개척하고 직판 강자 코리아나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최대한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며 “2025년은 홍보 마케팅과 영업 마케팅에 투자를 배가하고 과감한 도전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뉴스킨코리아는 개인화된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바일 앱 ‘베라(VERA)’를 서비스하고 있다. 이는 신개념 뷰티 디바이스 ‘에이지락 루미스파 iO’와 블루투스도 연결되어 제품의 올바른 사용을 위한 스마트 코칭, 루틴 생성/관리 등을 지원한다. 특히 앱 내의 스킨 컨설테이션 기능은 스마트폰 카메라를 활용한 이미지 스캔과 다양한 디지털 진단을 통해 입력되는 사용자 데이터를 분석해 개인에게 꼭 맞는 제품을 추천해 준다. 또한 챗GPT 기술을 활용한 ‘챗봇 뷰리’를 통해 채팅 상담, 정기 구매, 주문/결제/반품, 제품 안내에 이르기까지 더 쉽고 빠르게 다양한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도록 활용하고 있다.

한국암웨이는 지난 2021년 전 세계 암웨이 지사 중 처음으로 실내 스피닝 전용 스마트 바이크 ‘25센트 라이드’를 출시했다. 누구든지 스마트 기기만 있으면 라이딩 전용 앱을 다운받아 산토리니, 나폴리, 푸꾸옥, 삿포로와 같은 세계 주요 명소를 비롯해 우주 공간, 테마 파크 등 다양한 메타버스 환경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실시간 소통하며 라이딩과 레이스를 즐길 수 있다. 이를 통해 건강관리를 하면서도 활발한 비즈니스를 이어갈 수 있는 헬스&웰니스 커뮤니티 플랫폼으로써 기능하고 있다.

AI 기반 직접판매의 미래는 ‘맞춤화’

AI 기술은 단순한 자동화 수준을 넘어, 직접판매의 핵심 요소인 고객 관계 관리, 조직 관리, 마케팅, 교육 등 전 분야에서 적용이 가능하다. 이는 향후 업계 전반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할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자연어처리(NLP) 기반 챗봇은 신규 판매원의 온보딩, 제품 정보 안내, 주문 처리, 보상 계획 설명 등의 반복 업무를 자동화해 운영 효율을 높인다. 감성 분석 기술을 활용하면 고객의 불만, 만족도, 구매 성향 등을 분석해 보다 정교한 서비스 대응이 가능하며, 팀원 간의 동기 부여에도 활용할 수 있다.

또한 AI 기반 예측 분석은 고객의 구매 이력, 활동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탈 가능성이 높은 고객을 사전에 파악하거나, 리더 조직의 성장 가능성을 예측하는 데 활용된다. 특히 Apptor.AI와 같이 CRM과 연동된 분석 플랫폼은 디지털 전환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며,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콘텐츠 자동 생성 기능을 활용하면, 마케팅 문구, 제품 설명, 교육 콘텐츠 등을 AI가 빠르게 제작하여 콘텐츠 생산 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하지만 AI 기술 도입에는 윤리적, 법률적 고려사항도 존재한다. 특히 생성형 AI가 만든 콘텐츠가 과장되거나 오류를 포함할 경우 허위 광고 논란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한 책임 소재와 규제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 또한 고객과 판매자의 개인정보를 기반으로 한 맞춤 추천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데이터 보호와 동의 절차, 암호화 정책 등도 철저하게 마련되어야 한다. AI가 리더십을 대체하거나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으며, 이에 대한 역할 재정의와 전략적 활용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AI 기반 직접판매의 미래는 ‘맞춤화’에 있다. 고객의 특성과 니즈에 실시간으로 반응하는 AI 시스템은 단순한 판매를 넘어 감동을 주는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동시에 조직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고, 디스트리뷰터의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함으로써 장기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특히 고령화된 판매 조직을 젊은 세대 중심의 데이터 기반 조직으로 전환하는 데 있어 AI는 강력한 촉매제가 될 수 있다.

최근 직접판매업계는 AI를 통해 디지털 전환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동시에 이룰 수 있는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 단순한 유행이 아닌, 비즈니스 본질을 재정의하는 도구로서 AI를 바라보고,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기업만이 미래 시장에서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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